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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6] 현대 중국인의 民生苦 셋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12. 03:11

2000년대 들어 도시의 중국인에게 유행했던 ‘세 마리 뱀’ 이야기가 있다. 검은 뱀인 흑사(黑蛇), 하얀 뱀 백사(白蛇), 안경을 걸친 듯한 안경사(眼鏡蛇)다. 도시의 중국인을 괴롭히는 세 존재다. 검은 뱀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다. 경찰을 비롯해 철거 및 단속을 집행하는 도시 관리 공무원이다. 거리에서 상업 행위 등을 하는 일반인에게 가장 무섭다. 돈을 상납받는 관행이 있어서 ‘뱀’으로 꼽혔다. 하얀 뱀은 흰 가운을 걸친 의사나 간호사다. 입원, 진료, 수술 등을 할 때 ‘촌지’를 밝혔던 의료 종사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안경사’는 실제 코브라의 지칭인데 눈 주위의 무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 민간이 가리켰던 대상은 학교 선생님이다. 역시 촌지를 탐해서 뱀 취급 받았다.

요즘 중국 민생을 괴롭히는 세 주제가 있다. 이를 보통은 '세 개의 큰 산(三座大山)'이라고 부른다. 본래는 사회주의 건국 직후 청산 대상이었던 '제국주의(帝國主義)' '봉건주의(封建主義)' '관료자본주의(官僚資本主義)' 등 셋을 가리켰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醫療)와 주택(住宅), 교육(敎育) 등 서민의 세 가지 어려움을 지칭한다. 너무 높은 의료 비용, 언감생심인 도시 주택 구입, 2세 교육에 들어가는 엄청난 돈 등을 가리킨다. 이 셋을 '산'에 견주는 것은 중국의 언어 습성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길을 가는 행위, 행로(行路)의 과정을 인생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다. 평지(平地)를 가다가 어려움에 봉착하는 때를 험한 산길로 설명한다.

가기 힘든 산길 기구(崎嶇), 좁고 좁아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길 애로(隘路)가 있다. 방향을 놓치기 쉬운 길은 기로(岐路), 앞과 뒤가 막힌 곤경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그런 험한 길에 뱀까지 들끓으면 큰일이다. 중국만의 얘기는 아닐 테다. 그러나 이런 지경에 빠지는 서민이 적을수록 바람직한 사회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1/20190711034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