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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오피스 빌런’

박은주 기자
입력 2024.01.29. 20:34 업데이트 2024.01.30. 01:38

일러스트=이철원


서울시가 근무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50대 공무원을 직위 해제했다. 이 공무원은 코로나 후에도 재택근무를 고집하고, 노조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3개월 교육 후 뚜렷한 변화가 없으면 직권면직된다. 서울시 공무원 약 1만명 중 고작 한 명이지만, 일단 제도가 작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무원 노조가 이 조치에 합의한 것도 ‘오피스 빌런’에 대한 노조원들 불만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짓무른 사과 하나를 방치하면, 바구니 속 사과가 모두 썩는다.

 

고대 로마의 대형 농장(Villa)에 속했던 농부를 뜻하는 ‘빌런(Villain)’은 영화 용어로 많이 쓰였다. 영웅(Hero)을 괴롭히는 악당을 말한다. 미국 영화연구소(AFI)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 ‘스타 워즈’의 ‘다스 베이더’를 100대 악당 중 1~3위에 올렸다. 빌런은 지하철에서 술주정을 하는 ‘1호선 빌런’, 운동복이나 수건을 아무렇게나 두는 ‘헬스장 빌런’ 등으로 ‘폭넓게’ 발전했다.

▶'오피스 빌런’은 민폐의 정도가 크다. 동료의 노동 의욕을 꺾는 것은 물론 기업 생산성까지 떨어뜨린다. 사무실에서 손발톱 깎고, 거침없이 트림을 하는 사람도 ‘빌런’으로 꼽히지만 진짜 악당은 따로 있다. 세 번을 청해야(삼고초려) 일한다는 ‘제갈공명 빌런’, , 신기술과는 담쌓은 ‘흥선대원군 빌런’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파워레인저 빌런’, 퇴근 시간만 되면 하던 일도 내팽개치는 ‘신데렐라 빌런’이 직장인들이 꼽는 악성 빌런이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
싸이코
노먼 베이츠
스타 워즈
다스 베이더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1/29/LGKV65PWANEEZL3U66H5PKZF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