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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아동 학대 무혐의 받아도… 끝없는 민원·교육청 조사

보호 장치 없이 고통받는 교사들
장윤 기자
입력 2024.02.08. 03:00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교사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도 교육청 차원의 재조사를 수차례 받는 것으로 7일 나타났다. 수사 당국의 판단과 상관없이 피해 학생 측이 민원을 제기하면 교육청은 재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특수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김모(31)씨는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한 달간 조사 끝에 경찰은 김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수차례 교육청 조사를 받았다. 교육청은 그해 5월 김씨가 혐의 없다고 판단했지만, 피해 학생 부모가 다시 민원을 넣어 3개월 뒤 재조사를 받았다.

그래픽=이철원


같은 내용으로 3번 이상 민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교육청 규정에 따라 피해 학생 어머니는 “김씨가 아이의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해 민원을 다시 넣었다고 한다. 김씨는 “언제 또 조사를 받으러 나가야 할지 불안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했다. 교육청 조사가 계속되자 김씨는 6개월간 정신과를 다니면서 별도 기관에서 심리 상담도 받았다. 연이은 재조사에도 김씨에게 아동 학대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가 원하면 계속 재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전국(광주광역시·경남 제외)에서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된 교사는 1252명이다. 이 중 무혐의(544건)와 기소유예(132건)가 전체의 54%였다. 기소는 161건으로 13%였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에 송치됐다는 이유로 교육청이 징계를 내린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의 40대 교사 이모씨는 2021년 학습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을 자리에 세워뒀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됐다. 1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불처분결정을 받았지만, 수사가 시작된 직후 교육청 차원의 징계위가 열려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성과급과 수당을 받지 못했고, 강제 전보와 승진 제한 3년 징계를 받았다. 이씨는 “교육청은 무고를 당한 교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이중, 삼중으로 폭력을 가했다”며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을 보호한다더니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검경 조사를 마친 뒤 교육청이 경위서 작성을 요구해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경기도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작년 6월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뒤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가 종결된 뒤인 작년 12월 교육청은 B씨를 불러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B씨는 “경위서를 쓰는 게 가장 자괴감이 들고 힘들었다”고 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경위서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사건 파악을 위해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지역 교사 김모(39)씨도 작년 4월 안마를 해준 학생 어깨에 멍이 들어 고소당했다. 수사기관과 지자체, 교육청 등으로부터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해 9월 검찰은 멍 위치와 안마 위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지자체는 김씨의 아동 학대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지자체에 재판단을 요청했다. 김씨는 “스스로 떳떳해도 조사를 받으러 각종 기관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라며 “지자체가 혐의를 인정한 이후 이제 아이들을 대하기도 겁이 난다”고 했다.

아동법 관련 사건을 다루는 정훈태 변호사는 “아동 학대 범죄의 경우 여러 기관이 조사 권한을 가지면서 의미 없는 조사가 반복되거나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생긴다”며 “아동 학대 범죄 여부 판단 주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현행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사유가 매우 넓다”며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 교사가 학교의 권위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2/08/QPNESMOWUNDE7BKY2W62OPXP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