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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전쟁터 최강의 가성비 ‘값싼 드론’

배성규 기자
입력 2024.05.03. 20:40 업데이트 2024.05.03. 23:35

일러스트=이철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1218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떠올라 화려한 비행 쇼를 펼쳤다. 기네스 기록이었다. 중국 드론업체는 두 달 후 1374대의 드론 쇼로 기록을 경신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1824대의 드론이 떴다. 칼군무를 추던 벌떼 드론이 이젠 전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마을 창고에 드론이 몰래 접근했다. 창고 안에 러시아 탱크와 대공포 등이 숨어 있었다. 날아 들어간 드론은 탱크를 발견하자 곧바로 돌진해 자폭했다. 다른 드론들도 잇따라 진입해 남은 탱크와 차량을 파괴했다. 70만원짜리 드론이 28억원대 탱크와 값비싼 무기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소형 중국산에 폭탄을 달아 자폭용으로 쓴다. 적 탱크가 나타나면 5분 내에 출동하고 참호·장갑차 안에 숨은 적군 얼굴까지 식별해 공격한다. 러시아 전차부대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도 당했다. 해상 드론은 800억원이 넘는 러시아 주력 상륙함과 초계함을 잇따라 격침했다. 함대의 30%(25척)가 파괴돼 해군 총사령관이 경질됐다. 러시아 공군기지의 전략 폭격기와 석유·정유 시설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를 피하려 장갑차와 트럭에 양철 지붕을 달고 항공기 기체와 날개엔 타이어를 얹었다.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은 조악한 드론 공격에 전투기가 파괴되고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싼 요격 미사일을 쐈지만 막지 못했다. 후티 반군은 드론 10여 대로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공격해 수조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들은 260만원짜리 드론으로 각국 상선도 공격했다. 미국은 한 발에 27억원인 SM-2 미사일을 쐈지만 격추할수록 손해였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막는 데 1조8000억원을 썼다.

▶값싼 드론의 공세에 첨단 전투기나 요격 미사일, 전차도 무기력하다. 가난한 나라의 값싼 무기가 강대국의 첨단 무기를 비웃고 있다. 각국은 드론을 막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는 재밍(jamming), 강제 착륙시키는 드론 다우너(Downer), 그물이나 끈끈이 폭탄을 쏘고 직접 낚아채는 드론 킬러 등 ‘안티 드론’을 개발 중이다. 한 방에 수천원으로 저렴한 레이저 무기도 만들고 있다. 우리 군도 뒤늦게 소형 민간 드론을 확보해 대대급 이하에 배치한다고 한다. 2022년 북한 드론 5대가 영공을 휘젓고 다닐 때 헬기를 투입하고 기관포를 쏘았지만 잡지 못했다. 이젠 각 분대에 드론을 배치해 정찰·공격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드론 전쟁은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5/03/JD4TEFTX2RANRFD7VWVIDHTCH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