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기자
입력 2025.04.10. 21:01 업데이트 2025.04.10. 23:14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취임 선서가 있었다. 투자은행 CEO 출신인 그는 2001년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 658명을 잃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아내 말에 따라 당시 5세였던 장남 카일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 늦게 출근한 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선서식에 온 러트닉 장관의 3남 1녀 중 카일을 찾더니, “네가 아버지를 구했구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한테는 다른 자식들보다 (유산을) 좀 더 물려줄 거죠?” 기적처럼 생명을 구한 사연이 돈 얘기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사업 실패로 막대한 부채를 지고 파산 위기에 몰렸던 1990년 어느 날, 당시 여자 친구였던 두 번째 아내 말라 메이플스와 뉴욕 5번가를 걷다가 구걸하는 사람 곁을 지나게 됐다. 트럼프는 “저 사람 보여?”라고 그를 가리키며 메이플스에게 말했다. “지금은 저 사람이 나보다 9억달러 더 가치가 있어(worth). 지금 나의 가치는 마이너스 9억달러니까.” 일각에선 이 얘기를 근거로 트럼프가 사람의 가치도 돈으로 본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집권 1기 4년 차였던 2020년 2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소유 시설에 경호원들이 머무는 비용으로 비밀경호국이 최고 1박 650달러(약 95만원)씩을 지불해 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마러라고 리조트나 자기 골프 클럽에 가면 경호원들도 동행할 수밖에 없는데, 트럼프 회사가 그때마다 비밀경호국에 공무원 숙박비 규정을 훨씬 초과하는 거액의 요금을 청구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까지 버냐”는 비판이 거셌지만, 트럼프 측은 계속 고액 숙박료를 받았다.
▶트럼프가 9일 낮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관세 유예를 발표하기 3시간여 전에 소셜미디어에 “지금은 정말 매수하기 좋은 시기!!! DJT”란 글을 써서 논란이 되고 있다. DJT는 트럼프가 만든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의 약자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트럼프의 글은 증시 개장 중에 게시됐고, 관세 유예 발표 후 DJT 주가는 21.67% 급등했다. 미국 민주당은 “내부자 거래나 자기 돈벌이 아니냐”며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가상 화폐 ‘오피셜 트럼프‘도 발행했다. 취임 전날 개당 75달러까지 치솟았던 이 코인 값은 지금 약 8달러로 떨어졌지만, 발행사 측이 2월 초까지 받은 거래 수수료만 1억달러에 가까울 것이라고 한다. 공직의 사적(私的) 이용에 엄격한 미국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의아하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4/10/GEOBZCIYZRDHJDI46SNQXGCBS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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