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근 기자
입력 2025.04.16. 20:58 업데이트 2025.04.16. 23:41
‘고양이 통역기‘인 미야오(야옹) 톡(Meow Talk)은 2000만건 이상 내려받은 스마트폰 앱이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고양이 울음소리 2억6000만건을 AI에 학습시켰다. 이용자가 고양이 소리를 앱으로 전송하면 AI가 “화났어요” “배고파요” 등으로 해석해주는 식이다. 개발사는 고양이 감정을 70% 이상 정확도로 알아맞힌다고 주장하나, 이용자들은 “사랑해요” “예뻐해 주세요”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동물의 언어에 대한 과학적 관심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동물은 자극에 반응하는 단순 기계가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인간의 수화를 침팬지에게 가르쳐 보려는 1970년대 실험들이 인간 중심주의 폐단으로 비판받으면서, 동물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방향으로 연구 흐름이 바뀌었다.
▶단순한 소리나 신호 이상의 의사소통 수단을 동물의 언어라고 정의한다면, 침팬지는 물론이고 새와 돌고래 등 꽤 여러 동물들이 언어를 갖고 있다. 예컨대 꿀벌의 꼬리춤(8자춤)은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리는 선천적 본능의 언어다. 이는 학습으로 정교해진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리 부르는 새의 노래, 이름 부르듯 상대를 구별해 부르는 고래의 소리도 본능과 학습이 결합된 언어다.
▶구글이 돌고래와 인간의 의사소통을 목표로 한 AI ‘돌핀제마‘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돌고래의 소리를 학습해 의미를 해석하고, 돌고래가 알아듣는 소리를 생성해 소통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개, 고양이, 박쥐, 코끼리, 쥐 등 다양한 동물의 소리를 언어로 읽어내려는 연구들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AI를 쓸 수 있게 됐으니 사람용 ‘구글 번역기‘ 같은 동물 번역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마지막 장면은 우두머리 돼지와 인간이 말다툼하는 모습이다. 구글이 실패하더라도 동물과의 언어 경계를 허물려는 인간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5~10년 안에 동물 언어 해석의 돌파구가 열리고 20년 내 종간(種間) 의사소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리, 몸짓, 피부색 등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내는 동물의 소통을 맥락까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의 뇌 수준을 볼 때 그들의 소리를 언어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많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흥미롭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4/16/AGJIWW2XAJD4XFIAARIGJOCUM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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