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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망해 가는 중국? 유튜브만 믿지 마라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5.04.17. 00:44 업데이트 2025.04.17. 09:54

시진핑이 경제 망쳐? 실상은 상하이 중산층 희생하는 '내륙 굴기'
내수 키우는 '쌍순환'·농민 지원 '三農' 정책으로 국토·산업 개편
중국 향한 오만, 한국을 망칠 위험… 中에 맞설 우리 전략은 뭔가

일러스트=이철원


“중국이 힘을 충분히 기르기 전까지는 미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정책을 시진핑이 섣불리 깨버려 중국이 주저앉았다. 그러니 서방은 시진핑에게 감사해야 한다.” 익숙한 이야기다. 유튜브를 키면 비슷한 경제 해설 영상이 수두룩하다.

실제 지표로 봐도 그럴듯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은 큰 타격을 입었고, 첨단 산업도 광범위한 제재를 받았다.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혁신을 선도하며 중국과 GDP 격차를 다시 벌렸다. 코로나 대유행의 후폭풍으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중국인들의 삶은 어려워졌고, 청년층은 한국이 겪는 과잉 경쟁과 무기력증을 벌써 경험하고 있다. 기록적 저출산까지 겹치니 ‘시진핑이 중국을 망쳤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른 중국의 모습도 분명히 있다. BYD가 대표하는 전기차 산업이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고,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분야에서 도약을 보여주며, 순식간에 딥시크를 만들어내는 중국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의 제조업 가치 사슬을 꾸준히 잠식하며 경쟁력을 키워온 것도 사실 아닌가. 우리가 흔히 쓰는 인식의 도구만으로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우선 ‘GDP 1위 달성’ 같은 단순한 목표가 중국 공산당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모든 사회는 GDP라는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엄청난 복잡성을 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공산당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사회 안정이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에 연해 지역의 저부가가치 수출 기업에 고용을 의존하는 전략은 빈부 격차, 지역 격차, 미국 소비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높였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이후 30년간 중국의 번영을 만든 전략이 이제 중국의 사회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극도로 치밀한 계산을 통한 방향 전환을 추진했다.

시진핑 시대 중국이 공식적으로 내건 구호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내수(내순환)를 대외 무역(외순환)과 같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쌍순환’ 정책과 ‘농업, 농촌, 농민’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삼농(三農) 정책은 모두 낙후한 내륙 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기에 적극적인 빈곤 퇴치가 이루어졌고, 구이양, 쿤밍, 시안 등 내륙 주요 도시에 고속철도와 지하철,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한국과 일본에 의존하던 중간재 산업도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재배치되기 시작했다.

물론 경제적 합리성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연해에서 수천㎞ 떨어진 내륙은 엄청난 물류 비용을 야기하고, 숙련된 노동력 확보도 어렵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내륙 굴기는 성공했다. 제조업 사슬을 자국 내에서 수직 계열화할 수 있게 되었고, 정치적 불만이 강했던 내륙 서민들을 강력한 애국주의 지지층으로 확보했다. 외국인이 접한 중국 소식은 주로 산업 재배치 과정에서 피해를 본 베이징과 상하이 중산층의 불만이었기에 이런 효과를 쉽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 내륙 농촌과 도시 서민이 사용하는 중국어 틱톡에서는 2016년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내륙의 인민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합류하며 데이터 물량으로 중국 디지털 경제의 역군이 되었다. 일대일로 정책 역시 내륙 도시를 대외 무역과 연결하는 동시에 미국의 해상 봉쇄에 대비하는 안보적 기능을 갖게 되었다.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자 중국 공산당은 상하이 중산층의 고통을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간주하며 미국과도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시진핑이 중국을 망쳤다’며 방심하는 사이, 중국은 비정하기까지 한 정치적 합리성으로 국토와 산업 개편을 이뤄냈다.

지금 나는 중국을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선을 앞둔 지금, 중국 공산당에 맞설 우리만의 전략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시진핑이 중국을 망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을 향한 우리의 오만은 분명히 우리를 망칠 수 있다. 1970년대 경남의 중공업, 2010년대 경기의 반도체를 해낸 우리가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내륙 굴기에 맞설 새로운 전략을 창안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04/17/KZE7YBT5BJHQLARNEUAQNTGZDM/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