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마약 전화 상담 센터 가보니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4.24. 01:27 업데이트 2025.04.24. 06:13
“마약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어요. 정말 죽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달 13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1342 상담 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을 ‘마약 중독자’라고 밝힌 A씨는 “교도소에 다녀왔는데 취업도 안 되고 삶에 희망이 없다. 자살하겠다”고 했다. 상담사는 “전화 잘 주셨다. 얼마나 힘드셨냐”며 안심시켰다. 그로부터 몇 시간, 통화는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됐다. 상담사는 A씨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센터에는 이런 전화가 하루 20~30통씩 온다. 마약의 늪에 빠져 고통을 겪으면서도 고민을 말할 곳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다. 국내 마약 사범이 급증하면서 작년 3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공공기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고 있다. 12명이 조를 짜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한다. 마약 금단 현상 대처법부터 위험성 및 범죄 등 마약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알려준다.
지난 2월까지 11개월간 상담사들은 총 5966건을 상담했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마약 사범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상담받길 꺼리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중독 상담 전문가, 임상심리사 등 민간 자격증을 갖춘 이들이다. 센터 관계자는 “마약 중독자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관계가 틀어져 주변에 같은 마약 중독자들만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장 힘들 때 전문성 있는 상담사들이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21년 유럽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교도소에서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마약 사범들은 출소 1년 후 재복역률이 40% 정도로, 참여하지 않은 마약 사범들의 재복역률(50%)보다 10%포인트 낮았다. 출소 이후에도 관리 시설에 다닌 마약 사범들의 재복역률은 8%까지 떨어졌다. 꾸준히 주위에서 도와주면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상담사의 신상도 비공개다. 상담 신청자 가운데 마약 사범이 많아서 상담사의 신변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마약 중독자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 데 신경 쓴다. 한 상담사는 “‘최근 기뻤던 일이 무엇이냐’ ‘맛있게 드신 음식은 무엇이냐’ 묻다 보면 마약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했다.
최근 10대 마약류 사범이 늘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의 전화도 걸려온다. 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검거된 마약류 사범 중 10대가 85명(2.7%)이었다. 이 중 만 15세 미만도 3명 있었다. “아이가 마약에 손을 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전화하는 학부모도 있고, “친구가 마약을 하는 것 같다”며 동급 학생이 전화하기도 한다.
마약은 투약·유통·소지 모두 불법이다. 상담자 가운데 범죄자가 많지만, 센터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센터 관계자는 “단순 투약 사범은 재활과 치료를 통해 극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무조건적 처벌보다는 재활 프로그램 이용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면서 “센터가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나 사회로 안전하게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5/04/24/4WDSRFSWKNAO7JJGGFZTQGE7ZQ/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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