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논설위원
입력 2025.08.07. 20:15 업데이트 2025.08.08. 09:20

안중근 의사의 본명은 안응칠(安應七)이다. 태어날 때부터 등에 있던 일곱 개의 검은 점에서 따왔다. 어린 시절 산만하고 놀러다니기를 좋아하자 할아버지 안인수가 “가볍고 분주하지 말라”며 무거울 중(重), 뿌리 근(根)으로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안인수는 진해 현감을 지낸 관료였고, 집안 대대로 유학을 숭상했다. 백발백중 명포수로 안중근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만, 유년 시절 안응칠은 아버지가 세운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공부한 유생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그의 유묵(붓글씨)은 60여점이다. 뤼순 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1910년 2월 14일부터 순국한 3월 26일까지 약 40일 동안 집중적으로 썼다. 한·중·일 3국의 평화적 미래를 설계한 미완의 대작 ‘동양평화론’과 자서전 ‘안응칠 역사’를 쓴 것도 그때다. 자서전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동양평화론을 쓰기 시작하자 법원과 감옥의 관리들이 내 필적을 기념하려고 비단과 종이 수백 장을 사 넣으며 청구했다. 매일 몇 시간씩 글씨를 썼다.”
▶그의 사상 철학과 인품에 감동받은 교도소장·간수·경찰·검찰수사관·통역관·교사·승려까지 유묵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한다. 정작 본인은 “필법이 능하지도 못하고 남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겸양했지만, 사형을 앞둔 사람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 시원한 필체다. 해서체 중에서 엄정하고 단아하며 필묵이 정확한 안진경(709~786)류로 꼽힌다. 그중 31점이 보물로 지정됐다. 한석봉이나 추사 김정희보다 몇 배 많은 숫자다. 단순한 서예 작품 이상의 역사적·정신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작품 가격도 독보적이다. 최고가는 2023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된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용과 호랑이 같은 기세를 가진 사람으로서, 어찌 지렁이나 고양이 같은 모습을 짓겠는가)’다. 올해 4월 경매에서는 ‘녹죽’(綠竹·푸른 대나무)이 9억4000만원에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차녀 구혜정 여사에게 돌아갔다. 그의 아들은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를 맡고 있는 ㈜태인 이상현 대표다.
▶‘녹죽’이 오는 12일부터 서울 덕수궁에서 열리는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을 통해 공개된다. 이전까지 일본 소장자 소유라 국내 공개는 처음이다.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푸른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綠竹君子節 靑松丈夫心)”에서 따온 단어다. 신념과 의지, 호방한 정신이 글씨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광복 80년을 맞은 우리가 되새겨야 할 뜻이기도 하다.
동양평화론 ![]() |
안응칠 역사 ![]() |
안중근 유묵 31점(보물) ![]() |
|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 |
녹죽(綠竹) ![]() |
태인 이상현 대표 ![]() |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8/08/Z5DOOUPQTNF3TON4HSAL6BKI4M/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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