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용인대 교수·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입력 2025.10.09. 23:45 업데이트 2025.10.10. 13:37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 제어 안 돼 입원
개강·이사 앞둔 때라 걱정은 천근만근
역도 세계新 들 때보다 마음 무거워져
불평을 쏟아냈는데 잘 자고 잘 먹고
커피와 빵 사다준 고마운 이들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다 둥글게 둥글게

악! 밥 잘 먹고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선수 시절에도 허리 통증을 많이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기분이 이상하게 삐끗하기는 처음이다. 통증이 심해 의자나 침대에서 일어나 한걸음 내디디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모든 근육이 동원되는 움직임을 시작하기 위해 동작의 시작점과 끝점까지 계산해 조심조심 움직여야 했으니까.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했지만 ‘나는 통증 관리에 베테랑이지’ 자부하며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하지만 앞서 걸린 몸살감기가 심해지면서 기침이 나올 때마다 허리 통증을 제어할 수 없어 늦은 밤에 병원으로 향했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바로 입원했다. 병상에 가만히 누워 허옇게 넓은 천장만 바라보고 있으니 입원 전 북새통이던 세상이 고요해졌다. 이 넓은 세상에 혼자가 된 것 같았고 몸이 아프니 마음은 더 서글펐다. 휴가도 가고 부모님 댁에도 가고 싶은데 지금 여기 왜 누워있어야 하는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도 했는데, 그런 나의 허리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래, 지난 2년을 참 바쁘게 보내기는 했어. 앉아 있는 시간도 길어 허리에 무리가 갈 만도 하지…’라고 이해했고, 주변에서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푹 쉬어라” 하는 걱정 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 생각 저 생각 시작하니 걱정의 수도 늘어났다. ‘개강이 열흘도 안 남았는데 수업 준비는 어쩌지? 이사도 해야 하는데 집은 언제 내놓고 언제 알아보지? 허리 통증으로 운동을 못 하면 어떡하지?’ 등등.
안 하던 생각까지 더해져 근심의 무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야속해졌다. 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혼잣말을 잘 하는데 그때도 천장을 향해 민원을 쏟아냈다. ‘아니, 지금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뭐 엄청 대단하게 바란 것도 아닌데 마음 편히 며칠 쉬는 것도 안 되나요? 왜 이렇게 꼼짝도 못 하고 누워있어야 하나요? 언제까지 매번 어렵게 살아야 해요?’
그렇게 쏟아냈더니 허리가 더 아프게 느껴졌다. 역도 세계신기록을 들어 올릴 때보다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뒤척이며 밤을 새우는구나 싶었는데 웬걸, 눈만 잠시 감았다가 떴는데 아침이었다. 간호사가 들어와 체온과 혈압을 재곤 “수치가 좋아졌다”고 웃으며 나갔다. ‘뭐야, 나 정말 푹 잔 거야?’라며 민망해하는데 아주머니가 아침밥을 들고 오셨다. 입맛이 없었지만 약을 먹어야 하니 억지로라도 먹어야지 생각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몇 술 안 떴는데 웬걸, 집밥과 같은 느낌의 밥과 국, 반찬이 금세 없어졌다. ‘뭐야, 아프고 입맛 없는데 왜 이렇게 빨리 없어진 거지?’라며 또 민망해하는데 약을 가져다주는 선생님이 들어왔다. “입맛 없으시죠?”라며 내 얼굴과 식판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조용히 웃으며 나갔다(여러분, 주는 밥 다 먹어서 민망한 마음을 아는 분 계신가요).

그랬다. 나는 선수 시절에도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잠을 잘 자고 밥도 맛있게 먹었다. 어려운 순간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며 지나가주길 기다렸다. 그것이 나의 힘이었다고 자위하며 다음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식사 세 번, 치료 두 번을 받으면 하루가 간다. 내 나름대로 병원에서도 바쁜 일정을 보내며 선생님 처방대로 움직였다.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닷새 만에 통증이 잡혔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듯해 일주일 만에 퇴원하기로 했다. 병원비 납부 순서를 기다리며 병원에서 지낸 날들을 돌아보았다.
신기한 순간이 많았다. 어느 날 밥을 먹고 나면 커피가 그렇게 마시고 싶었는데, 나갈 수도 없고 배달을 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 커피 마시고 싶어요’ 하면 조금 있다가 누가 커피를 사다 주었다. 지인 동생이었는데 입원 병원 간호사로 있는 것이었다. 또 ‘아~ 빵 먹고 싶어요’ 하면 나의 팬이었다며 병동에 있는 누군가가 빵을 사다 주었다. 빵 봉투에 남긴 격려 문구를 보며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빵을 먹으면서. 그렇게 나 혼자 있다고 생각한 공간에 누군가 찾아와 사랑을 넘치게 표현해 주었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그럼 마음이 든든하다. 어떤 시련이 와도 내 안에 따뜻함과 사랑이 가득하면 잘 견딜 수 있다.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흘려 보내주면 내 주변도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나는 감사한 마음도 잘 가지지만 불평도 잘 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쏟아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잠깐 불평하고 빨리 사과한다. 그리고 잘못한 값을 치르려고 노력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도 있지만 빈도는 낮추고 시간을 길게 가진다. 그렇게 모난 마음을 계속 깎아내면 두루뭉술해진다. 그렇게 하나씩 걱정이 굴러나가면 머릿속이 가벼워지고 몸도 가뿐해진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병원비를 계산하는데 휴가비를 정산하는 기분이 들었다. 휴가도 못 가냐고 불평하던 마음이 좀 풀린 것 같았다. 현실은 여전히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반갑지 않은 입원도 휴가가 될 수 있다. 덕분에 좋게 쉬는 시간을 가지며 다른 방식의 감사와 위로를 배웠다. 모난 마음이 조금씩 깎여 둥글어졌고, 그 둥근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와 내 곁의 사람들을 살피고 사랑하며 둥글게 둥글게.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10/09/KBSHMN4XGFFV7DIDUKFRSBBON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만물상] 캄보디아 (0) | 2025.10.13 |
|---|---|
| [만물상] '올해의 인물'에서 "가장 해로운 정치인"으로 (0) | 2025.10.11 |
| [만물상] '영 포티' (1) | 2025.10.11 |
| 일상에서 벗어나… 풍요로움 한아름 안고 책더미에 파묻힐 시간 (1) | 2025.10.04 |
| [만물상] 종이 호랑이 (0) | 2025.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