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
입력 2025.11.09. 23:38
밥그릇 심장
지그시 두 손으로 감싸면
꼭 심장을 쥔 것 같다
불을 견딘 것들은
불의 성질을 그대로 닮아서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는
사람의 심장도
밥그릇 크기로
딱 그만큼 뜨거워졌다
-황형철(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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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철 시인은 시를 통해 밥과 한 끼의 밥을 먹는 일의 숭고함을 노래한다. 시 ‘사치’에서 “밥은 하늘이라 배웠는데”라고 썼고, 시 ‘밥부터 안쳐야’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께서는/ 밥부터 안쳐야겠다/ 하신다/ (......)/ 눈도 바람도 얼고 마는/ 한겨울에도/ 꼭 찬물에 쌀을 씻어/ 밥부터 안친다”라고 적었다. 내게도 어릴 적에 이른 아침이면 어머니께서 조리로 쌀을 이는 소리가 기억에 남아 있다. 꼭 댓잎 서걱대는 소리 같았고, 싸락눈 오는 소리 같았다. 어머니께서 솥뚜껑을 밀어서 여는 소리도 나의 아침을 깨웠다. 내게도 밥은 사랑이며 생명이었다.
황형철 시인은 한 그릇의 밥을 받으며 그 밥그릇이 사람의 심장을 꼭 빼닮았다고 생각한다. 밥이 사람에겐 붉은 혈액이요, 따뜻한 마음 그 자체라는 뜻이겠다. 주걱으로 밥을 꾹꾹 눌러서 고봉밥을 퍼주는 푸근한 인심이 우리에겐 있고, 또 한 그릇의 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과 애씀이 있었는지를 잘 알기에 밥 앞에선 공손해질 수밖에 없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11/09/OIHDGXPCLJFG3DDGGTZ47PLBDE/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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