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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수진의 사진 읽기[5] 빛을 향해 한걸음, '희망 본능'

[신수진의 사진 읽기] [5] 빛을 향해 한걸음, '희망 본능'

신수진/사진심리학자

 

유진 스미스, 낙원으로 가는 길, 1946.

 

거부하기 힘든 매력으로 사랑받는 사진이 있다. 이 작품은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기
획된 후 전 세계 순회 전시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인간 가족(The Family of Man)전의 마지막 사진이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이면에는 고통과 좌절 속에 웅크렸던 작가가 있었다. 

 

자부심 넘치는 원칙주의자였던 유진 스미스(Eugene Smith·1918~1978)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
회를 향해 부단히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사진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십대에 이미 자신의 사진을 팔
기 시작했던 그는 사진이야말로 시대와 인간을 증언하는 도구라는 신념으로 무장하고 수많은 역작을 남
겼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 '라이프(LIFE)' 소속으로 미군을 따라 일본 등지에서 취재했던 사진들은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던 중 치명적 부상을 입게 된다. 2년간 지속된 수술과 요양으로
완전히 활동을 멈추고 있던 어느 날 아이들에게 이끌려 집 근처를 산책하던 중 그는 우연처럼 손에 들
려 있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그에게 익숙한 치열함의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 장면에서 또 하
나의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죽을 만큼 힘들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좌절을 느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런 고
통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사진이 주는 위로는 아이들의 걸음걸이가
의지에 가득 찬 전진이라기보다는 그저 빛을 향해 본능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힘겹고 지칠 땐 목표를 향해 억지로 힘겹게 내딛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자연스럽게 때가 이르기를 기
다려도 될 것 같다.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향하기만 해도 그 너머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희
망이 우리의 마음을 다독인다.

 

입력 : 2013.07.11 03:18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10/20130710038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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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스미스(Eugene Smith) 작품 더 보기: 이곳을 클릭(google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