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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수진의 사진 읽기[6] 또 다른 도전을 자극하는 '실험 정신'의 美德

[신수진의 사진 읽기][6] 또 다른 도전을 자극하는 '실험 정신'의 美德

신수진/사진심리학자 

 

맨 레이, 앵그르의 바이올린, 1924.

 

맨 레이(Man Ray·1890~1976)는 이미 20세기 초에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조각, 사진,
회화, 동영상
등이 그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뒤섞여 자유로운 표현의 도구로 활용되었고, 이러한 방법
은 그에게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힘을 지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아 누구도 생각
하지 못한 것을 시도함으로써 훗날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은 표현 양식을 지닌 작품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누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완벽한 형태미를 보여주는
여인의 뒷모습은 매끈하고 결점 없는 뽀얀 피부와 풍만한 여성미를 아름답게 표현했던 신고전주의 회화
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여인은 당시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라 칭송받았던 '몽파르나스의
키키
'이다. 터번을 쓰고 단순한 배경 앞에 반듯하게 앉아서 살짝 고개를 돌린 얼굴에서 나른한 매력이
흐른다. 하지만 앵그르와 키키만으로 이 작품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인의 뒷모습 사진 위에 현악기 전면에 있는 에프(f) 모양의 그림을 그려 넣은 후 다시 사진을 찍음으
로써 전통적인 누드와는 거리가 먼 혁신적인 변형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붓질을 더했을 뿐인데 키키의
몸은 악기를 연상시키게 되었고 카메라 앞에 놓여 있던 현실은 상상의 세계로 던져졌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도 있고 오묘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게 되었다.

예술가들의 실험적 도전이 지니는 가장 큰 미덕은 그가 남긴 작품이 후세 수많은 사람의 또 다른 도전
을 자극하는 것이다.
맨 레이의 이 작품은 지금도 수많은 모작과 차용이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인류
역사에 각인된 작품이 되었다. 평생을 실험 정신으로 무장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겠지만,
영감을 주고받는 일이야말로 진정 예술적인 것이다.

 

입력 : 2013.07.30 03:04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29/20130729034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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