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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수진의 사진 읽기[18] 유혹과 배신으로 이어진 영원한 사랑

[신수진의 사진 읽기] [18] 유혹과 배신으로 이어진 영원한 사랑

신수진/사진심리학자

   

  앨프리드 스티글리츠가 촬영한 조지아 오키프, 1918년.

 

미국의 예술계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커플을 꼽으라면 사진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Stieglitz
·1864~1946)와 화가 조지아 오키프(O'Keeffe·1887~1986)를 빼놓을 수 없을 거다. 20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연인이며 배우자, 예술적 동반자로서 특별한 사랑을 이어갔다. 스
티글리츠가 8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2만5000통에 이르는 편지가 그들이 30년간 이어온
사랑의 역사로 남았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스티글리츠는 뉴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진작가이며 기획자
였고 오키프는 그의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행운을 얻은 텍사스 출신 무명 화가였다. 오키프
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인간적 매력에 사로잡힌 스티글리츠는 그녀를 여성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당신 손을 찍고 싶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던 스티글리츠의 카
메라 앞에서 오키프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그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선 이
제 막 화가로서 이름을 가지기 시작한 오키프의 자기애와, 그녀를 통해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려 했던 스티글리츠의 욕망이 교차한다.
또한 기묘하게 얽힌 그녀의 손은 안락한 사랑의 둥
지를 꿈꾸던 오키프의 철없는 기대와,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없었던 이기적 예술가인
스티글리츠의 자의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잉
태된 것이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5년 만에 오키프는 홀로 뉴욕을 떠나 뉴멕시코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그녀
는 자신만의 세계를 꽃피울 만한 작품 소재와 색을 찾아냈고, 수많은 동료와 후원자를 만났으며,
다시는 스티글리츠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과 예술과 결혼을 공존시키기 위한 그
녀의 유일한 해결책
이었던 것이다.

 

입력 : 2013.12.18 05:40

 

원문: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7/20131217043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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