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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사진전) 건축은 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그림이 되었다

 

 

건축은 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그림이 되었다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9/2013121904296.html
김미리 기자
입력 : 2013.12.20 03:02


사진가와 건축가의 만남… 유재력·백문기 공동전시 '2目2手'

  
일흔 훌쩍 넘은 노(老) 사진가는 함박눈이 오면 세 살배기 손자보다 더 설�다. 눈발이 약해질까, 부산
히 카메라 장비 둘러메고 뛰쳐나갔다. 하얀 적막에 둘러싸인 피사체 아래로.


예순셋의 건축가는 매일 아침 목탄을 들었다. 성심 다해 설계해온 교회 작품을 12㎜ 합판 위에 장교어

(藏巧於拙·투박함 속에 기교를 감춤) 그려냈다.


일간지 사진 기자 출신으로 말레이시아 왕실 사진가를 거친 원로 사진가 유재력(76)서울 정동제일
감리교회 신관, 대전 이응노 미술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을 설계한 중견 건축가 백문기(63).

두 사람은 지난 3년을 꼬박 이렇게 보냈다. 백문기가 설계한 정동제일교회 신관과 경기 고양 원당
성당, 강원 원주 만종감리교회, 김포 고천감리교회 등 네 곳을 유재력은 찍었고, 백문기는 목탄으로 다
시 그렸다. 두 사람이 공들여 자아낸 사진과 그림 작품 50여점이 21일 서울 소격동 갤러리 조선에서
전시된다. 두 사람의 '시각'과 두 사람의 '손'이 만났다 해서 전시 문패는 '2목2수(2目2手)'.

 


	36년 인연을 바탕으로 함께 전시를 여는 사진가 유재력(오른쪽)과 건축가 백문기. 오른쪽으로 백문기가 설계한 정동제일교회 신관을 눈 오는 날 유재력이 찍은 사진이 보인다

△36년 인연을 바탕으로 함께 전시를 여는 사진가 유재력(오른쪽)과 건축가 백문기.
오른쪽으로 백문기가 설계한 정동제일교회 신관을 눈 오는 날 유재력이 찍은 사진이 보인다.
/이태경 기자


"백 선생은 빈 공터를 공간으로 채우는 사람이고, 나는 비어 있는 나의 프레임에 백 선생이 채운 공간
을 다시 넣었지요." "유 선생님 사진으로 제 건축이 마치 한 편의 시(詩)와 같이 재탄생했습니다."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의(信義)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두 사람의 인연
은 3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회사 홍보를 담당하던 백문기는 유명 사진가였던 유재력
에 의뢰해 홍보 책자를 만들었다. 둘이 함께 전국 방방곡곡 여행하며 교분을 쌓았지만 이후 유재력이
말레이시아로 건너가며 소식이 끊겼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2년 전 유재력의 '운현궁 사진전' 전시
장에서였다. 빛의 방향, 공간의 깊이를 섬세하게 활용해 촬영하는 유재력에게 백문기가 자신의 교회
작품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베테랑 사진가와 건축가는 신중하고 겸손하게 작업에 임했다. 정동교회 신관을 찍기 위해 사진가는 계
절과 시간대를 달리해 스무 번 넘게 현장을 찾아 500여컷을 찍었다. 전시의 대표 이미지인 눈 오는 정
동교회 풍경은 지난겨울 이맘때 건졌다. "유 선생님의 사진은 건축 사진에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전
경(全景)을 담지 않습니다. 설명하려 들지 않고, 느끼도록 합니다. 그렇게 제 건축이 재발견되었지요."
이렇게 말하는 백문기의 그림 역시 거친 듯 명상적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종종 사진과 건축의 만남으로, 자신들이 각자 걸어온 두 길이 맞닿도록 할 예정이
라 했다. (02)723-7133


갤러리 조선  http://www.gallerychosun.com

 

▽ 갤러리 조선 위치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