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33] Some things last

류진창의 영어공부 M033

입력 2017.09.02 03:03



때는 1897년. 병마로 고생하던 말년의 고갱은 인생 역작(力作)의 왼쪽 윗부분에 제목을 적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죽을 운명인 우리가 '인간의 조건'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때 매달리는 화두(話頭)이지요.

그림 오른쪽 아래엔 탄생의 상징인 아기가, 중앙엔 지식 추구와 욕망의 원형인 아담과 이브가,

왼쪽 아래엔 이승과의 이별을 맞이할 노인이 있지요. 시간이 우에서 좌로 흘러가는 구도이고요.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한 소설가가 고갱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문학적 상상력이 뛰어나기에 그는 다른 이들이 안 해봤음 직한 역발상을 한다.

작품과 반대로, 시간이 좌에서 우로 흐르는 이야기를 써본다면?'

제 상상 속 '그'는 1922년에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쓴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입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사진)'는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대폭 각색한 영화입니다.

충격적이게도 갓 태어난 벤저민의 몸은 80대 노인입니다.

더 놀라운 건 나이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사실.

여주인공 데이지는 소녀 때부터 벤저민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노화를 거스르는 벤저민과 꽃병 속 꽃처럼 시들어가는 데이지는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며 서로의 곁을 맴돕니다.

고갱처럼 세상 끝 오지에서 방황하다 돌아오는 벤저민.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성공하지만 교통사고로 꿈을 접고 돌아오는 데이지.

둘은 서로의 고뇌와 고통을 어루만지며 사랑에 빠집니다.

마침내 고갱의 작품명처럼 근원적 질문에 마주한 연인은 일생일대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벤저민이 처연하게 말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어(Nothing lasts)."

데이지가 간절하게 속삭입니다. "영원한 것도 있어(Some things last)."

그들은 새 생명을 잉태합니다.

출처 : 조선닷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1/20170901032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