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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21] But so is hope

류진창의 영어공부 M121

입력 2019.05.18 03:03



"미래엔 무엇이 문맹이라고 생각합니까?"

10년 전 일본에 문학 기행 갔을 때 제가 '문명의 우울'을 쓴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에게 한 질문입니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듣는 자리에서였습니다.

망설임 없었던 그의 대답은 이겁니다.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이런 은유가 있지요.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 가장 멀다(The longest distance is between your head and heart).'

'나와 너'가 머리로 마음으로 다 잘 통할 때 비로소 소통이 완성된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소통의 심장은 산소통이어서 소통 혈관엔 산소가 흐릅니다.

불통(不通)은 머리와 가슴 사이 혈관에 산소가 결핍된 겁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일 테지요. "숨 막혀 죽을 것만 같아."

 

 

'바벨(Babel·사진)'의 무대는 모로코 등 4개국.

마음을 닫고 산 미국인 부부가 모로코를 여행하던 중 아내가 총에 맞습니다.

이들의 자녀를 데리고 아들 결혼식에 다녀오던 멕시코인 유모가 국경에서 애들을 잃습니다.

유모는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놓입니다.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일본인 여고생이 사업가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습니다.

그에게 형사가 찾아와 충격적 소식을 전합니다.

"당신 소유의 사냥총에 맞아 미국인 여성이 사경을 헤맵니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말하지 않은 걸 듣는 것이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n communication is hearing what isn't said).'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여기서 '말하지 않은 것'이란 '마음'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듣고 읽는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 주인공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사냥총이 어떻게 모로코에 들어갔는지는 가려둡니다.

영화가 외칩니다.

 "고통은 국경이 없기에 어느 곳 누구에게나 생긴다.

희망도 그렇다(Pain is universal. But so is hope)."

고통은 불통의 산물입니다.

미국인 부부는 사랑을 되찾고 유모는 추방되지 않으며 일본 여고생은 아버지와 포옹합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산소가 그들의 숨통을 틔워준 겁니다.

출처 : 조선닷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7/20190517032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