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기자
입력 2019.02.11 11:01 | 수정 2019.02.11 13:31
軍 평일 외출 시행, 양구군 PC방 가격이 2100원?
郡 "사실무근, PC 요금 월단위로 공개해"
PC방 업주들 "억울, 이제는 바뀌었다"
현역·예비역 장병들 "바가지 요금 경험많아" 반응
"군수님, 양구군 PC방 가격 담합 관련해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6일 강원도 양구군청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양구 일대 PC방 가격 담합’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군 장병의 평일 외출이 시행된 후 양구군 PC방 가격이 2100원으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군인들이 힘들게 나라를 지켜 받은 봉급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썼다. 양구군은 즉시 일대 PC방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사태파악에 나섰다.
◇ 군사도시 양구 PC방 가격 정말 올렸나… "사실무근"
소문의 시작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었다. 한 트위터가 자신의 계정에 "양구에서는 PC방이 1시간에 2100원! 일과 후 외출이 허용되자마자 담합해서 가격 올린 꼬라지들 좀"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논란이 되면서 삽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하지만 ‘PC방 2100원 인상설(說)’은 사실무근이었다. 양구 일대 PC방 15곳을 조사한 임현용 양구군청 문화관광과 과장은 "논란이 일자, 지난 6일 PC방 업주 간담회까지 열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며 "업주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가격까지 확인했지만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은 거짓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군부대 주변PC방은 가격이 기본적으로 비싸고, 지난 1월 가격을 한번 인상하기도 했다. 강원물가정보망 홈페이지에 따르면 양구 일대 PC방의 시간당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평균 1443원이다. 전달인 2018년12월(1330원)보다 113원(8%) 올랐다. 양구군은 군부대 밀집 지역으로 2사단, 21사단을 비롯, 군 장병 1만5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마땅히 놀 거리가 부족한 양구 일대에서 장병들이 찾을 만한 곳은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PC방 10여곳 뿐. 주말에는 외출 나온 장병들로 PC방에 자리가 없을 정도다. 젊은 병사들은 PC방 요금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 ‘바가지요금’ 기억에 가짜뉴스 빨리 퍼져… PC방 업주들 "이제는 바뀌었다"
문제는 ‘요금 인상설’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양구군청이 "온라인에 떠돌고 PC방 요금인상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적인 입장까지 밝혔지만, 가짜뉴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생산·유통되고 있다.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바가지요금’을 경험한 현역·예비역 장병들의 ‘화력 지원’을 얻는 모양새다. "10여년 전엔 PC방뿐 아니라 숙박업소들도 군인과 일반인 요금을 다르게 받았어요. 지갑 사정이 좋지 않던 당시에 썩 좋은 기억은 아니죠. 이런 경험을 한 예비역들의 분노는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습니다." 21사단 백두산부대 출신 김진욱(32)씨 얘기다. 같은 부대에서 2015년 전역한 김준우(27)씨는 "한 PC방은 평일엔 시간당 1500원인데, 군인들이 외출하는 주말에는 3000원까지 올라갔었다"며 "1만원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해야 2000원으로 할인해줬다"고 말했다. 같은해 2사단에서 전역한 김현우(27)씨는 "일부 PC방은 애당초 회원가입을 평일에만 가능하게 해 군인의 회원가입을 막아놓기도 한다"며 "선택권이 없는 군인들은 비싼 요금을 내고 PC방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구 상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양구 PC방 협회 관계자는 "10~15년 전이면 모르지만, 요즘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장병들을 막기 위해 컴퓨터도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양구 일대 PC방
5곳은 2억~3억원씩 들여 최신형 컴퓨터로 모두 교체했다. 양구군청에서도 PC방 협회와 협의해 지속해서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상인은 "최저 임금 인상으로 PC방 운영도 어려운 형편에, 허위사실로 문의 전화가 폭주해 고통스럽다"며 "군인 덕에 먹고 사는 동네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는 일은 절대 없다"고 호소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1/20190211010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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