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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김민철의 꽃이야기] 누군가에겐 가족 같은 실내 식물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19.01.15 03:14


하루키 '1Q84'의 고무나무, 영화 '레옹'의 아글라오네마고독한 주인공에겐 이들이 친구
식물 키우기, 생명 책임지는 것하루 몇 번은 들여다보고 원산지 비슷한 환경 만들면 좋아


#1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서 여성 킬러 아오마메는 임무 수행을 앞두고 지원 요원에게 집에 둔 고무나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지원 요원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홀가분한 게 최고야. 가족으로는 고무나무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지"라고 말한다. 아오마메는 이후에도 여러 번 '집에 두고 온 고무나무'가 마음에 걸린다. '그 고무나무가 그녀에게는 생명 있는 것과 생활을 함께한 첫 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2 실내 식물 행운목에 꽃이 피면 그곳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박완서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는 행운목 꽃이 죽은 자식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집 행운목이 올해 꽃을 피웠잖아요. 꽃 모양이나 빛깔이 볼품이 없어서 핀 줄도 몰랐어요. 어느 날 집에 들어서니까 온 집 안이 향기로 가득 차 있더군요. 현기증이 날 정도였어요. (중략) 물건은 분명히 하난데 두 가지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에 며칠 동안 몰입할 수 있었죠. 알아요. 꽃이 지면 향기도 없어진다는 거. 근데 그 소릴 왜 그렇게 야멸차게 하시죠?'

#3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에서 실내 식물 아글라오네마는 레옹의 분신이다. 레옹은 아글라오네마를 화분에 담아 정성껏 가꾸고 거처를 옮길 때마다 갖고 다닌다. 아글라오네마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도 말한다. 레옹이 죽자 소녀 마틸다는 아글라오네마를 교정에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한다. 아글라오네마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누아르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느 때부턴가 실내 식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야생화만 우리 꽃 같고 원예식물, 특히 실내 식물은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실내 식물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오히려 다른 꽃보다도 사람 가까이서 살아가는 생명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실내 식물의 공기 정화(淨化) 기능도 주목받고 최근엔 인테리어로 식물의 기능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닌지 실내 식물을 친구·가족 삼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오마메의 고무나무, 박완서 소설의 행운목, 레옹의 아글라오네마쯤이면 가족 같은 존재, 즉 '반려(伴侶) 식물'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실내 식물을 고를 때 천편일률적으로 '집들이 화분은 행운목, 개업 화분은 금전수, 승진 축하 선물은 '을 고른 시대가 있었다. 요즘은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중 주변에 흔하고 키우기도 쉬운 것은 인도고무나무, 행운목, 홍콩야자, 인삼벤저민, 관음죽(이상 5개는 나무 종류),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산세비에리아, 스파티필름, 아글라오네마(이상 5개는 풀 종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인도고무나무, 행운목, 관음죽, 홍콩야자, 인삼벤저민


스파티필름,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산세비에리아, 아글라오네마


중국 남부와 대만이 원산지인 홍콩야자는 우산처럼 생긴 잎이 인상적이다. 인삼벤저민대만고무나무 밑동을 분재처럼 둥글게 재배한 것을 말하는데, 그 모양이 인삼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굵은 줄기가 위로 자란 형태를 '가지마루'라고 구별해 부르기도 하지만 같은 나무다. 관음죽은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데, 일본 관음산에서 자라는 대나무 같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덩굴성 상록 식물인 스킨답서스는 관리가 쉽고 잘 자라 '국민 식물'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서울시 신청사엔 스킨답서스 등 식물을 걸쳐서 조성한 거대한 '수직 정원(Green Wall)'이 있다. 테이블야자는 멕시코·과테말라 원산으로 책상이나 식탁에 올려놓고 키우기 좋은 크기의 소형 야자라고 붙은 이름이다. 산세비에리아는 음이온 배출 기능이 뛰어나 한때 '천연 공기 정화기'라고 큰 인기를 끌었고, 스파티필름은 그늘진 곳에 놓아도 흰색으로 길게 뻗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바깥은 요즘 야생화는 물론 원예종 꽃도 지고 없는 한겨울이다. 실내 식물을 하나 들여 친구, 동반자 삼아 보면 어떨까. 실내 식물을 키우려면 원산지 특징을 파악해 비슷한 생육(生育)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권지연 위드플랜츠 대표는 "식물을 키우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하루 몇 번씩은 식물을 들여다볼 정도의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4/20190114028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