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이켜봤더니,
다양한 이슈와 맞물려 국민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던 제품들이 있었다.
구성 및 제작= 뉴스큐레이션팀 이시연
입력 : 2017.12.12 09:08 | 수정 : 2017.12.12 10:43
"어머~ 이건 사야 해!"
올해도 정치·사회·경제·연예·스포츠 등 곳곳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이슈가 있었다. 그 이슈와 함께 불티나게 팔린 제품을 모았다.
'2017년 잘 팔린 제품'으로 1년간의 이슈를 정리해보자.
반다나 패션
정유미
'윰블리'가 2017년 봄을 깨웠다. 윰블리란,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서 배우 정유미의 별명으로 유미의 줄임말인 '윰'과 사랑스럽다는 뜻의 '러블리'를 합친 단어다. '윤식당'은 케이블 예능임에도 동 시간대 지상파 예능을 꺾고 최고 시청률 14.1%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인기와 더불어 정유미의 패션이 화제였다. 정유미는 머리카락과 땀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머리에 손수건을 두른 채 출연했는데, 이를 '반다나(Bandana)' 패션이라고 한다. 반다나는 인도 힌디어에서 온 단어로 꽃·새·깃털 등 사라사 무늬를 띈 손수건을 말한다. 정유미가 일으킨 반다나 열풍 덕에 거리에서는 머리에 손수건으로 멋을 낸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질소 커피
일주일에 평균 12번(출처 질병관리본부 2015국민건강통계). 언제부터인가 커피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스턴트커피와 아메리카노·라테·모카 등 기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즐겨 마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커피 추출 방식을 달리해 마신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추출하는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필터에 원두를 담아 걸러 내는 핸드드립(Hand drip) 커피, 작은 용기에 1인분 원두를 담아 전용 머신으로 내린 캡슐(Capsule) 커피, 찬물로 장시간에 걸쳐 우려낸 더치(Dutch) 커피 또는 콜드브루(Cold brew)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커피에 질소를 주입한 '나이트로(Nitrogen·질소)' 제품이 커피 시장에 등장했다. 나이트로 커피는 생맥주처럼 거품이 풍성하게 생겨 맛이 부드럽고, 질소와 커피가 혼합되면서 생기는 거품 폭포 현상인 일명 '서징(Surging) 효과'가 시각적으로도 재미있다. 그러나, 질소 커피 유행은 두 계절을 못 넘기고 사그라졌다. 지난 8월 1일 12세 어린이가 액체질소로 얼린 과자를 먹고 위에 5㎝가량 구멍(천공)이 생겨 봉합 수술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액체질소 사용을 둘러싸고 안전성 논란이 불거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액체질소가 남아있는 식품을 판매 금지하는 등 규제를 마련했다. 이 사고 이후 질소 커피는 액체질소가 아닌 질소가스를 소량 이용해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섭취를 망설이는 사람이 늘었다.
아이오아이,위너윈
문재인 대통령
해를 거듭할수록 콘센트가 필요 없는 미니 선풍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USB 충전식 탁상용 선풍기에 이어 건전지를 이용하는 휴대용 선풍기가 나왔는데, 특히 올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거리나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역 등에서 부채 대신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휴대용 선풍기는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해서 '손풍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중국산 휴대용 선풍기는 폭발 사고가 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5월 10일 경기 파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중국산 휴대용 선풍기의 배터리가 폭발해 학생 2명이 화상을 입고 11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싸더라도 구매를 꺼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필름카메라 앱
구닥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복고(復古), 또는 아날로그(Analog)가 대세인 가운데 올해는 유독 필름 사진에 대한 향수가 짙었다. 서울·경기·부산·대구 등 전국 곳곳에 남은 흑백필름 전문 사진관에는 촬영 예약이 줄을 이었다. 직접 필름카메라를 들고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DSLR·똑딱이카메라·미러리스카메라 등 디지털카메라의 판매량은 줄어든 반면, 필름카메라나 일회용 필름카메라·폴라로이드(즉석 사진) 등의 판매량은 늘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필름카메라 앱이 트렌드에 가세했다. 국내 개발자가 만든 필름카메라 앱 '구닥'은 건당 1.09달러인데, 지난 7월 7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 후 한 달 만에 42만 5000여 건이 팔렸다. 구닥이란 필름 브랜드 '코닥'과 구닥다리를 더한 이름이다. 앱 화면의 디자인이 1990년대 일회용 필름 카메라 모양을 본떠 촬영할 때도 조그마한 렌즈에 의존해 셔터를 누른다. 스마트폰 일반 카메라 앱처럼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효과도 없다. 사진을 확인하려면 필름 한 통을 다 쓰고 3일을 기다려야 하고, 새 필름이 생성될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 앱은 오히려 필름카메라를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은 디지털 세대인 18세~24세 여성들에게 인기가 더 많았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5년간 볼 수 없었던 새 은행이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K Bank)'와 '카카오뱅크(Kakao Bank)'가 각각 지난 4월 3일, 7월 27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은행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예금·대출 등 은행 업무를 24시간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 지점을 두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 절감분을 예금 금리를 높이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데 사용한다. 기존 은행들보다 예금 이자가 높고 대출 이자가 낮다는 점을 앞세운 케이뱅크는 출범 한 달 만에 25만 9000여 개의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한 달 만에 신규 계좌 수가 300만 개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체크카드 덕을 톡톡히 봤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끈 라이언·어피치·무지·콘 등 캐릭터가 걸린 체크카드를 7월 27일 출시했는데, 세 달이 지난 10월 31일 기준으로 318만 명이 발급 신청했다. 인기가 가장 높은 라이언 체크카드는 한때 신청자가 몰려 한 달 이상 기다려야 배송받을 수 있었다. 소장용으로 발급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실제 사용률도 높은 편이다. 체크카드 발급자 2명 중 1명은 실제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를 사용해 카카오뱅크 실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카카오뱅크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 밤 9시 이후 계좌를 해지할 때 오류 메시지가 뜬다거나 수시로 대출 신청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등 은행 볼 일을 24시간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인터넷은행 특유의 장점이 무색해졌다. 체크카드 결제 오류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체크카드 결제 승인을 거절당하거나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돈이 인출되는 등의 문제가 잇달았다.
라이언, 무지, 어피치, 콘
김만구 교수
올 8월 말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가 출시하는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 후 겪은 부작용을 적은 글이 온라인에서 퍼져 나갔다. 여기에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김만구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21일 밝힌 "국내 생리대 10종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생리대 파동'으로 번졌다. 식약처는 최근 3년간 유통된 모든 생리대 896종을 전수 조사했다. 식약처 검사 결과,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에는 문제가 된 독성물질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미미했다. 식약처는 "하루에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식약처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한 달이 걸려 그사이 시중 생리대 사용이 불안했던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대안 생리대를 찾아 나섰다. 빨아서 쓸 수 있는 면생리대나 생리혈을 흡수해 생리대가 따로 필요 없는 생리팬티, 자궁 경부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생리컵 등을 생리대 대용품으로 사용했다. 온라인에서 대안 생리대에 관한 구매처 정보와 사용 후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생리컵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생리컵이 체내에 삽입해도 되는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었다고 하나 국내 임상 연구 등이 적다고 지적했다. 혈액이 몸속에 고여 응고될 가능성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훈아
가수 나훈아가 11년 만에 팬들 앞에 섰다. 그는 지난 11월 3일부터 3일간 서울 올림픽홀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대구 엑스코 등 세 곳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각 공연장은 3500~4000석 규모였다. 앞서 공연 티켓 판매를 9월 5일 오전 10시부터 예매 사이트 예스24에서 진행했는데 서울 공연 티켓은 7분, 대구는 10분, 부산은 12분 만에 매진됐다. 50대 이상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층도 '나훈아 티켓' 예매 전(戰)에 뛰어들었다. 젊은 층 상당수는 부모에게 효도 선물을 주기 위함이었다. 나훈아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나훈아 티켓은 좌석에 따라 12만 1000원~16만 5000원 사이였으나 암표상들이 좌석 하나당 30만 원~40만 원, 최대 100만 원까지 올려 팔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나훈아 티켓을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나훈아 티켓 사기 사례는 100여 건 접수됐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20~30대였다.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를 섞은 개념의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출시돼 흡연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의 연초 부분을 기계에 넣어 고열에 쪄서 피우는 것으로 '찐 담배'로도 불린다.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지난 6월 5일 '아이코스(IQOS)'를 출시한 이후 5개월 만에 국내 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의 점유율이 6%까지 올라갔다. 아이코스에 이어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가 8월 13일 '글로(glo)'를 출시했고, KT&G가 11월 20일부터 '릴(lil)'이라는 제품으로 판매 대열에 합류해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궐련형 전자담배 기계 1개는 9~12만 원, 스틱이 20개 든 1갑은 4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1갑이 일반 담배 1갑보다 200원 정도 저렴하다. 담배 제조사들은 아이코스·글로·릴과 같은 가열식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가격이 낮은 데다 유해물질 함유량이 적어 건강에도, 환경에도 덜 해롭다고 홍보했다. 이러한 홍보는 실제로 흡연자들에게 '가열식 담배가 인체에 덜 유해하다'는 인식으로 자리 잡도록 했고, 이는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열식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가열식 담배가 인체 위해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를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11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1갑에 붙는 세금이 현행 1739원에서 2986원으로, 한번에 1247원 올랐다.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자 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정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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