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목 기자
입력 2017.08.10 15:35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남녀 차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외신이 한국에서 구직자에게 체중을 물어보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주목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서울에 살고 있는 주예림씨(28)가 지난해 한 잡지사 구직 과정에서 이력서에 신장과 체중을 공개해야 했던 경험에 경악했다며 10일 이같이 보도했다. 주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회사와 유사한 미국 잡지사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는 “그런 정보들은 나의 업무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공분했다. 블룸버그는 다른 국가에서 이같은 정보를 요구하는 회사가 있다면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법정 싸움에도 휘말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고용주가 체중은 물론 연령과 종교, 가족 구성원의 직업과 같은 개인 정보를 당연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을 차별이라고 인식하고 고용 시장에서 더 이상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관행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며 한국이 제조업 중심에서 창의적인 산업 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기술·제조업을 통해 한국의 경제가 혁신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직된 이중 노동시장의 정체된 임금, 제한된 기회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청년들, 심지어 대학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직업을 얻지 못해 결혼을 하고 집을 얻거나 자녀 양육을 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말도 안되는 정보를 요구하는 악습도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창모씨(26)는 “구직 활동을 할때 혈액형도 밝혀야 했고, 음주나 흡연 능력도 자주 묻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는 문화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업에 종사하고 있는 양씨는 “내 생각에 나와 거의 비슷한 스펙의 여성 지원자를 제치고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행정부는 이달 초 공공기관과 공무원 경력채용 시험에서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의무화했다. 이 조치는 이달 말부터 적용되며, 이에 따라 481개의 공공기관이 구직자에게 가족관계, 신체 세부 사항, 학력 등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응시원서에 사진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
블룸버그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대학교의 명성을 강조하면서 교육 환경에서도 불필요한 경쟁이 과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서 덜 부유한 학생들은 일
찍이 경쟁에서 배제됐고, 기회를 얻을 수조차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장은 이에 대해 “학교의 이름에 따라 차별받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진 악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법안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차별적 관습의 토대가 됐던 편견이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장, 이상민 한양대학교 교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0/20170810018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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