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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NOW] 불안한 학교길… 통학도우미로 경호원 찾는 엄마들

이벌찬 기자 성유진 기자 박종화 인턴기자(경희대 경제학과 4년)

입력 2017.08.03 03:06 | 수정 2017.08.03 09:50


[인천 초등생 유괴·살인사건 등 아동 범죄 잇따라]

등·하원 도우미 수요 늘어…
시급 7000→1만2000원 급등, 경호업체는 1회 3㎞ 1만7000원
"유괴 방지 상황극 같이 하자" 육아 관련 카페엔 글 올라와


최근 지역별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유괴 방지 상황극을 같이할 엄마들을 구한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온다. '아동 유괴 사건이 많으니 예방 차원에서 모의 상황을 연출해보자'는 등의 내용이다. 상황극은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자녀를 동네 공원 등에 혼자 둔다. 다른 엄마가 접근해 "너희 엄마가 기다리니 같이 가자"고 말을 건다. 그때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달 모의 상황극에 참여했던 한 엄마는 "방송 프로그램의 유괴 모의 실험에서 아이들이 의심 없이 처음 본 어른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했다.

최근 아동 대상 범죄가 잇따르자 엄마들이 각종 예방책을 짜내고 있다. 올해 3월 인천에선 초등학생 여아 유괴·살해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엔 올초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한 중학생이 두 살 아이를 불러내려 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예전처럼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수준으론 안심이 안 된다는 게 엄마들의 말이다.

'·하원 도우미'를 찾는 부모가 늘었다. 지난 7월 20일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워킹맘' 이모(30)씨는 딸(3)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도와줄 사람을 구했다. 그동안 이씨가 직접 등·하원을 시켰고, 퇴근이 늦을 때는 이웃이나 친척에게 맡겼다. 그러다 보니 딸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이씨는 "예전엔 붙임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유괴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딸에게 "도우미 이모 이외에는 아무도 따라가지 마라"고 당부했다.



등·하원 도우미 수요가 늘자 시급(時給)이 뛰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등·하원을 시켜주고 잠시 돌봐주는 도우미의 시급은 작년까지 7000~1만원 선이었다. 최근엔 1만2000~1만5000원으로 뛰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킨 손모(여·40)씨는 지난달 초 구한 등·하교 도우미가 하루 만에 일을 그만둬 당황했다. 알고 보니 손씨가 주는 것보다 5000원 많은 1만5000원의 시급을 다른 엄마로부터 제안받 았다. 예전엔 주로 구인·구직 업체를 통해 도우미를 뽑았지만 최근엔 엄마들이 직접 광고를 내고 면접까지 보며 까다롭게 구한다.

일부 엄마들은 전문 경호 업체를 이용한다. 서울의 한 경호 업체 직원은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을 둔 부모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차를 이용해 아이를 학교나 어린이집 문앞까지 데려다 주는데 1회 3㎞ 기준 1만7000원을 받는다. 거리가 1㎞씩 늘 때마다 2500원씩 요금이 추가된다.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최근엔 수요에 비해 차량이 모자라 고객을 다 받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유괴·실종 시 대처 방안이나 예방 방법 등을 가르치는 '안전 교육'을 받으려는 부모도 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1명에 불과했던 부모 안전 교육 신청자가 올해엔 상반기에만 849명으로 급증했다. 유치원·초등학교에서 하는 유괴 예방 교육 내용도 최근 들어 바뀌었다. 인형극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놀이터·골목길·엘리베이터 등 상황별 체험 세트를 설치해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는 식이다. 어린이집 교사 이지은(32)씨는 "요즘엔 '낯선 사람을 경계해라'는 말 대신 '엄마·아빠 외에는 따라가지 말아라' '반드시 부모에게 말하고 움직여라' 등 가르치는 내용이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3/20170803001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