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기자
입력 2016.12.22 05:57
경기 한파 직격탄 맞는 청년층…청년 취업자 3년 3개월만에 줄어
개인파산 신청, 전 연령층에서 20대만 늘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김희철(28)씨는 학기말 시험기간이지만 시험공부는 하지 않는다. 졸업을 한 학기 더 유예하기 위해 일부러 기말고사를 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취업시장 문이 사실상 닫혀가고 있는데 그는 아직 합격통보를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3명을 뽑는 인턴직에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쟁률이 '250 대 1'이었다는 얘기만 들었다. 김씨의 소원은 해고를 당해보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취업이 절실하다. 그는 최근 학교 선배들을 만나 내년에도 취업이 되지 않으면 재입대를 고려보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건 아니다”라고 말리는 선배들에게 김씨는 "재입대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청년실업률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 한파까지 고용 시장에 불어닥치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에 설치된 채용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학생들이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8.2%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조선일보 DB
◆ 청년 실업률 8.2%…13년 만에 최고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월 기준으로 13년 만에 가장 높았고, 청년 취업자 수는 3년 3개월 만에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8.2%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11월 기준으로 볼 때, 카드 대란 여파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2003년(8.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달 청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만9000명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건 201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11월 전체 실업률은 10월과 같은 3.1%다. 유독 경기 한파가 청년층에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의 심각성은 단기적 문제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 등을 재분석한 결과 올해 8월 현재 국내 전체 실업자 가운데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18만2000명(18.3%)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15세부터 29세까지 청년층이다. 장기 실업자 중 청년층 비중은 44%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7%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청년층이 장기 실업자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청년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전체 실업률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용 한파가 내년에 더욱 매서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1월 전체 취업자 수는 265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3만9000명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증가세를 이끌었던 농림어업과 건설업 증가세가 이번 달부터 한풀 꺾이면서 고용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30만명 수준에서 내년 20만명대로 줄고, 실업률도 올해(3.8%)보다 높은 3.9%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 상반기 실업률은 4.2%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에서는 신규 채용을 줄이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한다"며 "내년 초 졸업 시즌에 새로운 구직자들이 취업 시장에 나오면 청년 실업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 빠르게 느는 20대 부채 비율…유일하게 파산 느는 20대
고용시장 한파는 청년층들을 빚에 쪼들리게 한다. 만성적 취업난이 초래한 저임금 상태에서 주변에 널린 고금리 대출의 유혹을 받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학자금 등 소액 대출 → 저소득 → 저신용 → 고금리 → 채무악순환 → 신용불량'이라는 청년층 부채 악순환이 고착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모습은 통계로 확인이 된다.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가구주는 저성장 고착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다. 20대 가구주는 전 세대 중 유일하게 일 년 사이 소득과 자산이 모두 감소했다. 자산은 8864만원에서 8750만원으로, 소득은 3406만원에서 3282만원으로 각각 낮아졌다. 각각 1.3%, 3.7% 감소한 수치다. 반면 청년층의 부채는 급증했다. 올해 3월 기준 20대 가구주의 부채는 1593만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50대(5.6%)와 60대 이상(1.7%)보다 그 증가율이 더 높다.
금융권의 분석도 비슷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청년층 금융 현황 및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20대 대출자들의 1인당 부채규모는 2203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다. 전 연령대의 1인당 부채규모가 720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1인당 대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가계부채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일은 아니다. 20대는 액수 기준으론 3.8%만 차지하는 반면에, 대출자 수 기준으론 전체의 12.5%나 된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등의 이유로 빚을 지고 있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20대도 급격히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2013년 6098명에서 2014년 6671명, 지난해에는 8023명으로 늘었다. 해마다 약10%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워크아웃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기 전 신용위에서 채무를 조정하는 제도다. 개인파산 신청은 전 연령층에서 줄고 있는데 20대만 유독 늘고 있다. 올 3분기에도 전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전분기 1만9383명에서 1만9047명으로 1.7% 줄었다. 30대와 40대가 2.3%씩 적어졌
고 50대와 60대 이상 신청자는 각각 3.1%, 7.6% 낮아졌다. 하지만 20대만 같은 기간 2099명에서 2283명으로 8.8% 증가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학자금 등 소액으로 시작된 청년층 부채가 취업난, 대부업체 등의 공격적 영업,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악순환이 고착화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1/2016122102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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