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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산소튜브 꽂고 법정 나온 소년…옥시 전 대표 앞에서 눈물 흘린 어머니

송원형 기자

입력 2016.10.11 17:05



“여기 계신 분들, 우리 성준이 얼굴 좀 보세요. 당신들 때문에 어떻게 됐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모를 이 아이의 얼을 좀 보세요.”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의 공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13)군의 어머니가 신 대표 등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기소된 관계자들을 향해 외쳤다. 임군은 이날 산소통에 연결된 튜브를 코에 꽂은 채 휠체어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증인석으로 나왔다. 임군의 어머니가 옥시 사건 책임자들에게 아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요청해 증인석에 나오게 된 것이다.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임군은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한 글자씩 이름을 말했다. 임군은 돌이 갓 지난 2004년 처음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옥시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것은 2001년부터다. 의사는 임군에게 ‘폐가 손상됐다’고 진단하면서도 원인은 모르겠다고 했고, 임군은 2005년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할 수 없는 상태다.

최창영 판사, 신현우, 임성준

임군 어머니는 “바보가 되어도 좋으니 제발 살려만 달라고 했다”며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깨어나면 엄마도 못 알아볼 수 있다고 했는데, 수개월 만에 눈을 뜬 성준이가 저를 보고 웃더라”고 했다. 그는 “성준이가 살아있지만 잘 때 잠을 잘 못 잔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쉬는 게 힘들다고 한다”며 “나쁜 생각까지 했었지만, 제 옆에 기대서 숨 쉬는 성준이를 보니 너무 미안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성준이의 숨소리가 고를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가끔 이유 없이 숨 쉬는 걸 힘들어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고통을 호소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자신들이 잘못해서 많은 아이가 아프거나 (세상을) 떠난 걸 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게 맞다”며 “다들 결혼하셨으면 집에 아이들이 있지 않으냐. 그 아이들은 건강히 잘 지내고 다른 아이와 같이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신씨 등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딸을 잃은 A씨도 이날 법정에 나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거나 또는 가정을 잃었다”며 “단순히 피해자가 발생하는 차원을 넘어서 가족들이 모조리 해체되고 파괴되는 현실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또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 등을 결정한 저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수없이 죽어갔다”며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11/20161011023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