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가슴으로 읽는 시] 구월(九月)의 시

문태준 시인

입력 2016.09.26 03:01 | 수정 2016.09.26 03:24




구월(九月)의 시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愁心)지는 구월(九月)
기러기 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女人)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구월(九月).
구월(九月)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詩)
그 여인(女人)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함형수(1914~1946)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래기를 심어 달라./

(…)/

노오란 해바래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라고 노래한 함형수 시인의 시 '해바래기의 비명(碑銘)'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늘이 쾌적해지고 높아지고, 흐르는 물이 점차 차가워지고, 생명의 얼굴이 빛 잃는 잎사귀처럼 창 백해지는 구월을 보낼 때마다 이 시가 생각날 듯하다. 왕성하던 것이 쇠약해지는 것을 볼 때에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울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소설가 김동리는 함형수 시인의 웃는 모습이 까치 같다며 '까치'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하모니카를 잘 불었던 함형수 시인. 올려다본 가을 하늘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함형수, 김동리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5/20160925019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