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21 03:13 | 수정 2020.01.21 06:07
빈정대는 유머가 가미된 희극(farce seasoned with sarcastic wits)을 ‘블랙 코미디’라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결코 희극이라 할 수 없지만, 블랙 코미디를 닮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북적거리는 반지하에 산다(live in an overcrowded semi-basement). 바닥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다(rarely escape the bottom). 잘사는 사람들은 호화 주택에서 호의호식한다(live on the fat of the land). 까불거리면서 부자 삶을 만끽한다(enjoy to the full). 극심한 불평등 사회(fiercely unequal society)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은 고속성장 경제(fast-growing economy)에 수반되는 불평등 문제를 어느 정도 피해온 국가다. 불평등 지수(index of inequality)인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로 따져보면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동티모르 다음으로 평등한 사회(egalitarian society)로 나온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보다도 낫다.
미국에선 상위 1% 소득이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한다(account for one-fifth of all income), 브라질은 28%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12.2%로 서유럽 수준이다. 소득 분포(income distribution) 상·하위 5분의 1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남아공은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28배 이상 더 많은 수입을 올린다. 미국도 상위 5분의 1(wealthiest quintile)이 9.4배 소득을 벌어들인다. 한국의 5.3배는 프랑스·독일 수준과 엇비슷하다(be roughly in line with them).
그런데 왜 그렇게 불안해 하는(feel uneasy) 걸까. 35세 이하의 4분의 3과 35~60세의 3분의 2는 자기 나라를 '헬(hell) 조선'이라고 부르며 떠나고 싶다고 한다. 한국은 한 세대 만에 가난에서 풍요로 옮아간(go from poverty to affluence in the space of a generation) 국가다. 그런데 그 성장이 서서히 멈춰 서자(grind to a halt) 불안감이 분출하고 있는(gush out) 것이다.
문제는 중년층(the middle-aged)이 아니다. 젊은이와 노인이다. 경제활동 인구는 13%만이 빈곤층인 데 비해 66세 이상은 44%가 가난에 허덕인다. 젊은이들은 집 살 희망을 포기했다(give up their hope). 서울에서 제 집을 마련하려면 평균 13.4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벌어야 한다. 가계 부채(household debt)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영화에 사채업자에게 쫓기는(be on the run from loan sharks) 장면이 나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한국에서 행복했던 세대는 1960~ 1970년대 초반에 출생해 1980년대에 취업 시장(job market)에 나온 사람들이다.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하던(grow at double-digit rates) 경제 덕분에 취직 어려움이 없었고, 집도 싸게 살(buy houses dirt-cheap) 수 있었다.
'기생충'에 나오는 세 가족의 가장과 봉준호 감독은 이 세대에 속한다. 문제는 이들이 아니다. 이들의 부모와 자식이 훨씬 더 열악한(be a whole lot worse) 삶을 살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 문제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0/20200120034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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