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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연 구들 명가

집안에 ‘작은 법당’ 만드니 집안공기도 청정

입력 2017.03.03 14:47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부처님 모시고 예불 올리고…

봄맞이 우리집 공간 대변화

불자라면 누구나 집에 불상 하나쯤 모시고 있다. 부처님 뿐만 아니라 목탁이나 염주, 향로나 다기, 다포나 불교미술 작품도 몇 개씩은 갖고 있다. 그렇다면, 집안에 부처님을 모시고 예불을 올리고 기도하는 수행공간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작은 방을 별도의 수행방으로 꾸미거나(사진), 가능한 여건이라면 1평 남짓한 ‘나만의 황토 수행방’(아래)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도저도 힘들면 나무칸막이로 공간을 분리해서라도 집에 작은 수행공간을 마련해 두면, 우선 내 생활이 변하고, 가족의 시선이 달라진다. 수행이 일상이 된다. 장엄한 법당, 거룩하고 영험있는 성지에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헛된 꿈마저 이뤄질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가족이 부처님이요, 처처가 부처님 성지다. 춘삼월 맞아 집안에 묵은 먼지를 털고 낡은 짐보따리를 풀어 버리자. 그리고 그 자리에 부처님을 모시는 예불·기도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서울 불광동에 사는 김수진(53)씨는 몇해 전 사찰 도반들과 함께 인도 다람살라 순례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달라이라마 존자를 친견하고 달라이라마로부터 직접 작은 불상 하나를 받았다. ‘친견의 징표’로 이미 많은 불자들이 지니고 있는 불상이라 알고는 있지만, 김 씨에겐 세상 하나뿐인 귀한 부처님이다. 처음엔 집안 장식장에 넣어두었는데 아무래도 적절한 자리가 아닌 듯 싶었다. 

고심 끝에 안방에 달린 두어평 남짓한 옷방을 개조해서 그녀만의 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셨다. 넓지 않은 평수 아파트에 옷방이 사라지니 이 많은 옷을 어디로 옮길까 처음엔 막막했다. 하지만 안입는 옷을 과감하게 버리고 쓸데없는 장신구와 가방을 ‘구조조정’했더니 생각보다 옷짐은 많지 않았다. 김 씨는 “사찰 법당처럼 구비하기엔 재정부담이 따랐고 일단 심플하고 값싼 나무선반을 설치하고 불구점에서 구입한 자그마한 좌복을 깔고 부처님을 모셨다”며 “스님이 선물로 주신 글씨와 다포 등을 표구해서 벽에 걸어놓으니 그럴듯한 ‘법당’이 되었다”고 했다. 이 곳에서 김 씨는 아침저녁으로 조석예불은 물론, 시간 날때마다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는가하면, 독경도 하고 108배도 한다. “작지만 집안에 수행공간이 생긴 이후로는 집안공기가 청정해졌다고나 할까요? 남편과 아이들도 아직 함께 수행하진 않지만 제 모습이 싫지는 않은가 봐요.” 

김 씨처럼 집에 부처님을 모셔놓고 틈틈이 수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수행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다. 

과거 한때 집안에 불상을 두면 좋지 않다는 낭설도 있었지만 이제 모두 옛날 이야기다. 한국문단의 대가인 소설가 조정래 씨는 집 거실부터 작업실까지 방방마다 전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수백가지의 불상들을 모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사는 이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른바 ‘수행방’이라 불리는 별도 공간채를 짓는 이들도 있다. ‘황토구들방’ 형식으로 작게는 1평, 3평이 넘지 않는 자그마한 구들방을 기도하고 수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전통온돌의 장점을 수용하는 방식이라 설치 후 난방비는 최저수준이지만 초기비용면에서 1평형에 약 700여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집안에 여분의 방사가 없어도, 굳이 ‘수행방’을 지을 여건이 되지 않더라도 수행공간은 어렵잖게 만들 수 있다. 나무 칸막이로 거실 한쪽이나 다용도실을 분리해서 1평여의 공간을 만들기란 어렵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고, 엄밀하게는 반제품 상태의 제품을 구입해 직접 조립하거나 제작하는 기법을 칭하는 ‘DIY(do it yourself)’를 통해 수행공간에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인천 강화에 사는 소민영(49)씨는 수행도반들과 소일거리로 시작한 ‘DIY’로 간단한 찻상이나 의자를 만들어 공유하는데, 최근엔 편백나무를 공동구매해서 ‘불단’을 만들고 ‘불전함’도 만들었다고 한다. 

소 씨는 “가로폭이 50cm 정도 되는 불단에 불상이 아니더라도 불화나 선화 선시 등을 모셔놓고 향을 사르고 차를 올리기도 한다. 불전함은 고등학생 아들 딸들이 용돈을 아껴 ‘보시’하는 습관을 기르려는 방편인데 남편도 이따금씩 보시행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부처님을 모시고 예불을 올리고 기도하는 작은 공간이 집안에 있을 때, 집안이 청정해지고 가족간 서로 마음 씀씀이가 확연히 달라짐을 느낀다고 경험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불교신문3278호/2017년3월4일자] 

원글: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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