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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 皇帝와 붉은 자본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1.26. 03:12

 

마윈(馬雲)은 중국 최고의 기업인이다.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창업자다. 1999년 창업해 지난해 말 재산은 2555억3000만위안(약 42조4179억원)이다. 보유 재산으로는 중국 3위지만 지명도에서는 으뜸이다. 그래서 마윈은 늘 화제다. 요즘 두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일 그는 ‘기업가 설맞이 모임(商界春晩·사진)’에서 노래 실력을 뽐냈다. 인민해방군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반동파를 없애 세상을 바꾸자(要消滅反動派改地換天)”는 내용의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 중국식 오페라 노래를 불렀다. 공산당의 ‘코드’에 맞추려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11월 11일, 우리식 ‘빼빼로 데이’인 광군제(光棍節)에 그가 만든 단편 무술 영화 제목은 ‘공수도(功守道)’다. 앞 두 글자가 애매하다. 공수도(空手道)가 흔한 표현이거나 적어도 공수(攻守)라고 적어 공격과 수비를 나타내는 무술 정도를 가리켜야 마땅했다. 그 제목대로라면 ‘제가 쌓은 공()을 지키다()’다. 그의 취미인 태극권(太極拳)과 전통의 정신 세계를 그렸다고는 하지만 다른 해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전전긍긍해야 하는 기업가의 고민을 보여준다는 풀이다.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山高皇帝遠)”는 중국 속언이 있다. 황제의 권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 좋다는 얘기다. 중앙 권력이 있는 수도로부터 아주 멀고 험한 위치에 있는 광둥(廣東)과 쓰촨(四川) 지역 사람들이 즐겨 썼던 말이다. 그만큼 중국 황제의 권력은 속박이자 구속이다. 이제 옛 황제의 권력은 공산당이 대체한 지 오래다. 황제의 발아래(皇帝脚下)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마윈의 위와 같은 행보를 두고 해석은 다양하다. 그러나 중국 ‘황제’의 힘이 예나 지금이나 아주 세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중국의 굴기(崛起)는 그 황제가 국력의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바보스러운 황제가 아닌 셈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의 저력은 우리의 크고 깊은 관심거리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5/20180125032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