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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 皇帝와 順民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3.02. 03:13

시진핑

2300여년 전 전국(戰國)시대 말기, 법가의 싹을 틔운 중국 정치가 상앙(商鞅·B.C. 390~B.C. 338)은 진()에서 개혁을 주도했다. 그가 다진 토대로 진나라는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 대업을 이룬다. 상앙이 남겼다는 ‘상군서(商君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백성이 싫어하는 일을 정치가 행하면 백성이 약해지고, 백성이 좋아하는 일을 정치가 행하면 백성이 강해진다.’ 이어 그가 도출한 결론은 이렇다. ‘백성이 약해지면 나라는 강해지고, 백성이 강해지면 나라는 약해진다(民弱國强民强國弱)’이다. 상앙의 사고에서 두드러지는 이른바 ‘약민(弱民)’의 주장이다. 가능한 한 백성의 힘을 빼놔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논리다. 백성을 물, 임금을 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순자(荀子)가 그렇다. 그는 둘의 관계를 이렇게 풀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뒤집기도 한다(水能載舟亦能覆舟).’ 민의를 존중해야 통치가 쉽다는 의미도 담겼다. 그럼에도 ‘배 띄우는 물’은 말 잘 듣는 순민(順民), ‘배 뒤집는 물’ 은 통치에 거역하는 폭민(暴民)이라는 그림 또한 뚜렷하다. 중국인의 특징을 ‘순민의 성격’이라고 개괄하는 중국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전통 왕조 시절의 절대 권력자 황제(皇帝) 밑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심리다. 폭민을 없애면서 그런 순민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고금(古今)의 중국을 이끄는 지도부다. 요즘 중국 공산당이 특히 그렇다. 느슨했던 집단 지도체제를 벗고 당 총서기 시진핑(習近平·사진)에게 모든 권력이 모아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그나마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던 민()의 요소가 움츠러들고 국가의 요소가 더 힘을 얻을 전망이다.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다. 상앙이 제창했던 ‘약민(弱民)’의 흐름과 흡사하다. 권력의 고도 집중, 즉 집권(集權)을 통해 강국(强國)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공산당이 선택한 방향이다. 중국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황제’ 발아래 조용히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순민’인가 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1/20180301021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