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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 대륙의 風雨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3.16. 03:11

“산 비 쏟아지려니 바람이 다락에 가득하다”는 시구가 있다. 당나라 허혼(許渾)의 작품이다. 원문은 “산우욕래풍만루(山雨欲來風滿樓)”다. 본래 단순한 서경(敍景)이었으나 현대 중국에서는 곧 닥칠 위기의 전조(前兆)를 암시하는 말로 변했다.

중국인에게 바람과 비, 풍우(風雨)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문화적인 함의로는 불원간 맞을 변수, 위험 요소를 머금은 무엇 정도로 풀 수 있다. 풍운(風雲), 풍상(風霜), 풍설(風雪), 풍파(風波), 풍랑(風浪) 등도 모두 곧 닥칠지 모를 위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인의 문화적인 심리를 드러내는 조어들이다. 상황이 닥치기 전 그에 먼저 대비하려는 중국식 '위기 사고'의 패턴을 잘 보여준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평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라"는 뜻의 거안사위(居安思危)가 대표적 경구다. 뒤로 이어지는 "미리 생각하면 대비가 있고, 준비가 있으면 환란이 없다(思則有備有備無患)"는 말도 유명하다.

비가 내리기 전 창문을 고치라는 뜻의 '미우주무(未雨綢繆)', 일이 번지기 전에 위기의 요소를 먼저 잠재우라는 '방환미연(防患未然)'도 같은 맥락이다. 가축을 잃었을 때 드러나는 우리와 중국인의 차이도 있다.

우리는 대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 하냐"는 핀잔과 푸념이 기조를 이룬다. 그에 비해 중국인은 "양을 다시 잃지 않으려면 외양간을 고치자"는 자세를 보인다. 이른바 망양보뢰(亡羊補牢)식 위기 대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행보가 화제다. 황제와 같은 권력 집중이 연일 매스컴에 오른다. 그러나 나름대로 위기를 겨눈 흔적도 뚜렷하다. 40년 개혁개방에서 드러난 얽히고설킨 부패와 비리, 그로써 초래될지 모를 큰 혼란이다.

우리는 중국이 쌓았던 그런 ‘위기’의 속내를 잘 읽어야 한다. 중국의 사회문화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말이다. 나날이 거세지는 중국의 부상이 기회이면서 한편으로는 위기이기도 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5/20180315029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