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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2] 좋은 황제 콤플렉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05. 03:13

역대 중국인 모두는 땅 위 최고의 권력자 황제(皇帝)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삶의 대부분을 지배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황제와 순민(順民)’의 구도는 그래서 중국 땅에서 살았던 사람 대부분의 생활 형태였다. 제 힘이 없어 권력의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모든 사람은 그저 황제의 발아래 노예처럼 엎드려 살아야 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기왕이면 훌륭한 황제 밑에서 살기를 원했을 테다. 이른바 ‘좋은 황제 콤플렉스(好皇帝情結)’라는 말이 중국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국인이 요즘에도 많이 다루는 궁중 드라마의 큰 줄거리를 이루는 흐름이다. 한()을 세운 유방(劉邦),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 명()의 주원장(朱元璋) 등 역대 군주가 화려하게 부활한다. 특히 청()의 옹정제(雍正帝)는 탐관오리를 없앤 근면한 제왕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말 타계한 중국 작가 얼웨허(二月河)는 청나라 성세(盛世)의 축이었던 그 옹정제의 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좋은 황제 콤플렉스'라는 전통적이며 대중적인 심리로 개혁·개방 뒤 만연했던 부정부패를 잘 겨냥했던 작가다.

일당전제(一黨專制)의 틀로 공산당이 옛 황제를 대체한 지 오래다. 건국에 이어 개혁·개방으로 거대한 성취를 이룬 점은 세계가 인정한다. 짧은 시간에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꿈을 이뤄가는 공산당에 열광하는 중국의 대중도 많다.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입지를 다진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은 어쩌면 중국인의 그 심리구조를 잘 다뤄 성공한 최근의 정치인이다. '황제와 순민'의 전통적 구도는 공산당과 시진핑에 의해 더 깊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어딘가 어둡다. 이 그림의 근간은 주인(主子)과 노비(奴婢)의 관계설정이다. 위에서 내려주는 은혜(皇恩)에 아래가 굽실거려야(卑屈)하는 모습이다. 대중이 제 삶의 대부분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주(民主)’라는 방식은 아직 중국인에게는 멀고도 낯선 이름인 모양이다.

얼웨허(二月河)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4/20190404035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