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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6] 부패가 번지기 쉬운 사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03. 03:13

남을 높이 우러른다는 뜻의 경()이라는 글자는 중국에서 이상하게 쓰일 때가 있다. 효경(孝敬)이나 빙경(氷敬), 탄경(炭敬), 별경(別敬) 등의 조어와 함께다. ‘효경’은 본래 부모를 잘 모시며 공경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뇌물의 동의어다. 윗사람에게 상납하는 금전이나 재화다.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라고 건네는 그것은 ‘빙경’, 겨울철 추위를 잘 견디라는 뜻에서 주는 것은 ‘탄경’이다. 헤어질 때 바치는 것은 ‘별경’이라고 했단다.

관직도 부수입이 좋으냐 안 좋으냐에 따라 크게 나뉜다. 두둑하게 챙기는 자리는 살이 찐다는 의미의 비결(肥缺), 그러지 못하는 곳은 수척해진다는 맥락의 수결(瘦缺)이다. 덤으로 흐뭇하게 챙기는 수익 자체는 외쾌(外快)다.

몇 년 전 관영 인민일보가 관료의 부패 유형을 다섯 범주로 분류했다. 우선 '두 얼굴형'이다. 겉으로는 청렴과 근면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마구 해먹는 경우다. 둘째 유형은 '가족형'이다. 내세우는 틀은 중국이 홍콩에 자유와 민주를 허용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와 유사하다. 이른바 일가양제(一家兩制)다.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제 혈육에게는 무한정 부패 여지를 열어주는 사람이다. 셋째는 '엘리트형'이다. '대담하게, 박력 있게, 요령 있게' 부수입을 챙긴다. 다음은 친구에게 잘못 휘말리는 타입이다. '주고받는 게 예의(禮尙往來)'라며 함께 해먹다가 철창으로 향한다. 마지막으로는 '산채(山寨)형'이다. 도적처럼 떼를 지어 단체로 해먹다 들통이 난 케이스다. 제 근거지를 중심으로 파벌까지 형성해 광역으로 부패를 번지게 한 집단이다.

개념이 풍부하고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중국이 그만큼 부패와 부정, 뇌물에 물들기 쉬운 사회 구조라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 6년 동안 줄곧 대대적 사정 작업에 나섰던 중국 지도부는 어쩌면 개혁·개방 40주년의 진짜 위기가 이 부패에 있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2/20190502035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