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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7] 전통을 誤讀하는 중국 지도층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10. 03:02

‘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성어가 있다. 지독한 더위를 이르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무더위를 상징하는 대화(大火)라는 별이 서쪽으로 흐르면서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비킨다는 뜻이다. 중국의 대학 중문과 1학년 학생이 배우는 성어다. 유명 학부인 인민대학(人民大學) 총장이 이 말을 잘못 썼다. 대만의 고위 정치인이 2005년 여름에 학교를 방문하자 이 성어를 사용하면서 “환영의 열기가 어디 날씨뿐이겠느냐”고 했다.

더 큰 사달도 났다. 지난해 명문 베이징(北京)대학 개교 120주년 기념식이었다. 린젠화(林建華) 총장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뜻을 지칭하는 '홍곡(鴻鵠)'의 포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홍곡'을 '홍호(鴻浩)'로 발음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최고 학부의 총장이 '고니'를 가리키는 곡()과 '크다'는 뜻의 호()라는 글자를 구분하지 못했다. 이들은 그래서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백자선생(白字先生)'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최근 들어 몇 차례 연설문을 오독했다. '노인을 돌보다'는 섬양(贍養)이라는 단어를 '우러르며 공경하다'의 첨앙(瞻仰)으로 읽었고, 소중하게 여기는 규칙 금과옥률(金科玉律)을 금과률옥(金科律玉)으로 발음했다. 우리 식으로 설명하자면 금과옥조(金科玉條)를 금과조옥(金科條玉)으로 발언한 셈이다. 몇 해 전 국제회의에서는 상업과 농업을 진작시키자는 성어 통상관농(通商寬農)의 뒤 두 글자를 '위에 걸쳐 입는 옷'이라는 엉뚱한 맥락의 관의(寬衣)로 읽어 화제로 떠올랐다.

다 전통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그러면서 최근의 중국은 복고(復古) 분위기다. 지나친 자국 중심의 세계관인 옛 중화주의 흐름도 있다. 폐해가 컸던 그 전통을 제대로 읽고는 있을까. 그래서 관심이 가는 중국 지도층의 ‘전통 오독’ 사례들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39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