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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8] 중국 공산당의 呪文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17. 03:12

유명 고전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주문이 있다. 철없이 날뛰는 원숭이 손오공(孫悟空)을 제압하려 현장법사(玄奘法師)가 외는 ‘긴고주(緊箍呪)’다. 손오공 이마에 채운 쇠고리는 이 주문이 나오면 마구 조여져 심한 고통을 준다. ‘불안정성’을 상징하는 캐릭터 손오공은 그로써 길들여진다. ‘긴고주’에 해당하는 현대 중국 공산당의 주문이 있다면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穩定壓倒一切)’는 말일 것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유훈과도 같다.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지도자들은 이를 주문처럼 외우다시피 했다. 다양한 문화적 갈래를 지닌 중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잦은 전란 속에서 늘 태평(太平)을 갈구했던 중국 전통 사유의 공산당식 연역이다. 요즘 표현은 '안정을 유지하다'라는 뜻의 유온(維穩)이다. 2000년에는 정식으로 공산당 중앙에 유온판(維穩辦)이라는 공식 기구가 출범해 중국 전역의 사회 안정 업무를 총괄해왔다.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핵심 목표다. 공산당의 지속적인 일당 통치를 위한 작업이다. 따라서 통제가 우선이다.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존재와 행위가 다 대상이다. 14억 인구를 감시하는 첨단의 안면 인식 체계부터 촘촘하게 깔려 전국을 감시하는 폐쇄회로 카메라도 다 그 안에 들어간다.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국가 방침에 반하는 여론을 공격하는 네티즌, 즉 '우마오당(五毛黨)'의 급여도 관리한다. 사회 기층에서 낯선 외부인을 감시하는 아줌마 부대, 군중 치안 조직도 마찬가지다. 연간 예산은 올해 중국 국방비(약 190조원)를 능가한다는 추정이다.

그럼에도 공산당 간부의 부패와 토지 등을 둘러싼 지방의 관민(官民) 소요는 이어진다. 최근에는 경기 하강 가능성에 미국과의 마찰이 더해져 불안정 요소가 훨씬 깊어졌다.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의 기상과는 다른 ‘풍우(風雨)’가 중국에 닥치는 분위기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6/20190516035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