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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1] 중국의 持久戰 전략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07. 03:13

중국은 6·25전쟁을 대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뒤에 구호 하나가 더 붙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적다. 보가위국(保家衛國)이다. 집과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다. 당시 전쟁에 뛰어든 중공군 병력은 240만명 이상이다. 이들의 명칭은 중국 군대의 공식 이름인 인민해방군(人民解放軍)이 아니라 인민지원군(人民志願軍)이다. 미국의 한반도 ‘침략’에 맞서려 인민들이 자원해 참전했음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물론 군대 건제(建制)는 해방군 그대로였고, 전력 추진과 보급 및 운송 등은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로 명분을 그럴싸하게 내세우고자 이름을 거짓으로 포장했던 것이다. 그 수많은 참전 중공군에게 ‘왜 우리가 싸우느냐’를 일깨우기 위해 만들었던 구호가 바로 ‘보가위국’이다. 국민을 전쟁에 대거 동원(動員)하기 위해서는 제 집과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이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은 1938년 ‘지구전을 논함(論持久戰)’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일본의 침략, 소련의 야욕, 세계대전의 전운(戰雲) 앞에서 중국의 전략적 선택 등을 거론한 유명 글이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국민 동원에 있었다. 단기간에 승패가 갈리는 싸움을 마다하고 저변을 일반 국민 모두로 넓혀 전쟁을 오래 끌어서 승리하겠다는 의도였다. 마오쩌둥의 이 글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인들 사이에서 새삼 인기를 끌고 있다.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의 독려 덕분이다. 국민 다수의 희생을 무릅쓰면서 싸움에 나서려는 인구 대국 중국 특유의 전략이다. 집과 나라를 지키자는 구호 ‘보가위국’으로 중국이 새삼 무장하는 분위기다. 그로써 미·중 사이의 싸움이 오래갈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안으로만 감겨드는 시선을 밖으로 확 돌려야 할 때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23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