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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5] 중국의 ‘일언당’ 문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07. 03:12

중국의 전통 건축에 당()이라는 영역이 있다. 일반 주택을 지을 때도 꽤 주목을 받았다. 외부에 공개가 가능하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치르는 열린 장소다. 그래서 아주 번듯하고 멋지게 짓는다. 의젓하고 품위 있는 사람에게 ‘당당(堂堂)하다’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집채의 그런 생김새 때문이다. 나중에는 상거래를 하는 점포의 이름, 개인적인 거주 공간의 호칭에도 많이 등장한다. 요즘도 ‘일언당(一言堂)’이라는 말을 잘 쓴다. 본래는 ‘가격 정찰제’를 하는 점포에서 유래했다. 물건의 값을 흥정하지 않고, 한번 정한[一言] 가격에 그대로 판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 바탕은 이 이름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나중에는 '윗사람이 한마디 하면 그대로 끝'이라는 뜻으로 전의(轉義)해서 많이 사용했다. '당에 오른 하나가 부르짖으니, 섬돌 아래 모두가 조아리다[堂上一呼, 階下百諾]'라는 흐름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종족(宗族) 중심의 사회다. 혈연(血緣)을 바탕으로 부계(父系) 적장자(嫡長子) 중심의 가족 집단을 구성한다. 사회 및 정치체제 또한 같은 맥락의 '정통(正統)'에 입각한 질서를 우선시한다. 중국의 집권 공산당도 그런 전통의 가부장(家父長) 문화를 계승한 집단이다. 아울러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정통으로 삼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이끄는 '공산당 중앙(中央)'이 그 가부장적 질서와 정통의 정점(頂點)이다.

총서기 1인 권력을 크게 강화한 요즘은 그런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최고 권력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언당 문화’가 더 농후해진 셈이다. 이제 세계 전역에 퍼진 우한(武漢) 폐렴은 그 소산이지 싶다. ‘사회 안정’만을 강조하는 경직된 지도부와 은폐에만 급급했던 관료 사회의 합작품…. 세계가 경탄했던 중국의 발전 모델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6/20200206040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