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6] 재난과 굶주림의 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14. 03:12

벌겋게 색을 드러낸 땅이 천 리…. 적지천리(赤地千里)다. 본래 지독한 가뭄을 가리킨다. 큰물의 사나움은 홍수맹수(洪水猛獸)라고 했다. 수해(水害)의 지칭이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면 산붕지열(山崩地裂)이다. 지진(地震)의 다른 표현이다. 중국에서 발달한 어휘들이다. 가뭄, 홍수, 지진 등 재난(災難)의 상처 때문이다. 천연재해는 중국 땅을 수놓았던 큰 주제다. 그 빈도와 피해의 규모가 몹시 잦으며 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재난 뒤에 닥치는 기아(飢餓)도 심각했다. 서구 학계는 그래서 중국을 아예 ‘The land of famine’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번역은 ‘기황지국(饑荒之國)’이고, 우리 식으로 옮기면 ‘굶주림의 땅’이다.

가뭄과 홍수가 우선 대표적이다. 가뭄 뒤에 찾아오는 메뚜기 떼의 습격도 대단했다. 한재(旱災)와 수재(水災)에 메뚜기로 인한 황재(蝗災)까지 가세하면 중국의 '재난 삼부곡(三部曲)'이다. 지진과 해일, 태풍, 우박, 산사태, 병충해 등 재해의 종류는 아주 많았다. 중국 역대 재난의 빈도와 피해 상황 등에 처음 주목한 덩퉈(鄧拓·1912~1966)의 집계는 그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기원전 1766년부터 기원후 1937년까지 3703년에 이르는 동안 가뭄은 1074차례다. 3년 4개월에 한 번꼴이다. 홍수는 모두 1058차례다. 역시 3년 5개월에 한 번이다. 비슷한 기간 각종 재해가 들었던 햇수는 5079차례로 나온다.

가혹한 재난의 역사 때문인지 중국 공산당은 ‘헐벗음과 굶주림 해결[溫飽]’을 개혁·개방의 초기 목표로 삼았다. 이어 그를 바탕으로 부유함까지 갖추자는 ‘전면적 소강(小康)사회’의 꿈도 그렸다. 그러나 천재(天災)인지 인재(人災)인지 모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발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중국 꿈[中國夢]’의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덩퉈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3/20200213041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