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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8] 楚나라 땅의 苦楚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28. 03:14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 우한(武漢)과 주변 후베이(湖北)는 본래 전통의 중국과는 사뭇 달랐던 초()나라 땅이었다. 그래서 춘추시대 중원 사람들은 이곳 사람을 남녘의 오랑캐, 남만(南蠻)으로 치부했다. 이 지역의 다른 지칭은 형초(荊楚)다. 전략적 요충지여서 ‘삼국지(三國志)’의 큰 무대이기도 했던 형주(荊州)를 강조한 이름이다. 그러나 글자의 새김으로 따지면 이 ‘형초’라는 이름은 썩 좋지 않다. 두 글자 모두 사람을 때리는 형구(刑具)인 ‘가시나무’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우리말 고초(苦楚), 통초(痛楚), 간초(艱楚) 등도 다 이 글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픔’ ‘고생’ ‘시련’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도 대개는 멸시에 시달렸다. 요즘도 ‘초수(楚囚)’라고 적으면 ‘죄인’의 뜻이다. 북방 사람들이 남쪽에서 잡혀온 포로를 일컫다가 생겨났다. ‘남관(南冠)’으로 적으면 ‘이상한 모자를 쓴 초나라 사람’인데, 의미는 역시 같다.

'초()'와 관련된 단어에는 좋은 표현도 있다. 초초(楚楚·차림새나 모양이 말쑥하고 깨끗함)하다, 청초(淸楚·맑고 깨끗함)하다 등이다. 가시나무의 맑은 모양새에서 비롯한 형용사다. 아울러 중국의 초기 남방 문학을 대표했던 굴원(屈原)의 '초사(楚辭)'는 지역의 큰 자랑거리다. 호수와 늪이 발달해 '구름과 꿈의 습지'라는 뜻의 운몽택(雲夢澤)이라는 아름다운 이름도 전해진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어두운 구름이 다시 이곳을 덮었다. 당국이 도시와 성() 자체를 모두 봉쇄해 많은 사람이 죽어가며 지역 전체가 아직도 공포의 도가니다. 이들이 겪는 ‘고초’가 아주 크다. 마침 이곳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이 적잖다. 강릉(江陵)이 있고, 한강(漢江)이 있으며 한양(漢陽)도 있다. 지명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곳 바이러스가 이제는 한국에 퍼졌다. 옛 초나라 땅의 고초도 함께 따라올까 걱정이다.

굴원

 

초사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8/20200228000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