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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9] 뒤로 슬쩍 물러서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06. 03:13

내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일이 전가(轉嫁)다. 화근을 남에게 슬쩍 돌려 자신은 그로부터 물러나는 행위는 가화(嫁禍)다. 드러나지 않게 남을 해친다는 점에서 모두 음해(陰害)다. 요즘 중국의 인터넷에서 이런 행위를 지칭하는 유행어가 있다. 엉뚱하게 중국 음식점에서 쓰는 큰 팬이 등장한다. 흔히 ‘웍(wok)’이라고 불리는 조리 도구다. 광둥(廣東)에서 이를 지칭하는 ‘가마’, 즉 확()의 현지 발음이다. 이 팬은 일반 중국어에선 과()라고 적는다.

이 글자는 '잘못'을 뜻하는 과()와 발음이 같다. 따라서 '팬을 등에 지다'는 뜻의 배과(背鍋)라고 적으면 '잘못을 뒤집어쓰다'와 같아진다. 특히 '아주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잘못'을 지칭할 때는 흑과(黑鍋)라고 쓴다. 그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일은 '던지다'라는 새김의 글자를 더해 '솔과(甩鍋)'라고 적는다. 본래 냄비를 흔들면서 음식을 고루 익게 하는 중국 요리의 기법(技法)을 말하는데 이제는 중국 네티즌들이 '책임 떠넘기기'의 의미로 적는다.

중국의 전통적 사유세계는 '나아감과 물러섬', 진퇴(進退)를 함께 잘 다룬다. 특히 물러날 때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내려가는 계단, '하대계(下臺階)'를 찾아내는 작업도 그중 하나다. 불리한 상황에서 적절한 핑계를 찾아 뒤로 빠지는 일이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성어도 전통 싸움의 방법이다. 원래 매미가 허물을 벗고 성충(成蟲)으로 변하는 과정을 얘기한다. 속뜻은 위기로부터 조용히 벗어나 싸움을 혼전(混戰)으로 이끄는 방도다. '삼십육계(三十六計)'의 계책 중 하나다.

중국이 요즘 등에 걸머질 뻔했던 팬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발언을 이어간다. 아직 근거는 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논란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무거운 책임에서 뒤로 빠지려는 중국의 전략이 묘한 혼전 양상을 부를 태세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6/20200306000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