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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1] 유연함을 잃어가는 중국 외교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20. 03:12

합종연횡(合從連橫)은 매우 익숙한 성어다. 세로로, 가로로 연대해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에게 맞서는 전략의 하나다. 원교근공(遠交近攻)도 그렇다. 먼 곳과 유대를 맺어 가까운 적에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중국식 전통 외교 책략들이다. 유연한 시야로 멀리 내다보는 장점이 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주변과 느슨하게 교류하는 기미(羈縻)의 방식 또한 그 노력의 산물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독립자주(獨立自主)와 평화(平和)라는 원칙으로 외교의 틀을 구성했다. 얼마 전까지 중국이 유지해온 외교 전략의 근간은 전통적 개념으로 보면 도광양회(韜光養晦)다. 제가 지닌 장점의 예리한 빛을 감추고[韜光], 자신의 약점을 잘 보완하자[養晦]는 흐름이었다. 실용적이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이 내세웠던 큰 지침이었다. 그러나 강성해지기 시작한 요즘 중국이 외교의 틀을 확 바꿨다.

'떨쳐 일어나 뭔가 이루자'는 뜻의 '분발유위(奮發有爲)'를 내걸더니 이제는 사납기 짝이 없는 행위도 선보인다. 인권의 가치를 묻는 외국 기자에게 "중국에 가보기는 했느냐"면서 호통치는 외교부장, 연일 세계를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대변인까지 모두 그렇다. 우한(武漢)에서 번진 코로나19를 두고 "미국 군인이 중국에 퍼뜨렸을 수 있다"고 근거는 생략한 채 글을 올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요즘 화제다. 급기야 중국 주재 서방 기자 추방에까지 앞장서는 외교부를 아예 '전투부(戰鬪部), 대외관계파괴부(對外關係破壞部)로 부르자는 주장도 나온다.

“개가 사나우면 사람 발길 끊겨 술집의 술이 쉰다[狗猛酒酸]”고 했다. 세계인들이 중국의 이미지를 얻는 가장 큰 창구가 외교부다. 그럼에도 싸움에만 골몰하는 사나운 외교부 때문에 전통의 중국이 지닌 믿음직했던 이미지는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9/20200319067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