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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3] 간부(幹部) 천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03. 03:13

우리 국어사전에도 ‘탄관(彈冠)’이라는 단어가 올라 있다. 중국 동한(東漢) 때 친구 덕으로 벼슬자리에 나갈 수 있었던 사람이 제 모자[]를 꺼내 먼지를 털며[] 기뻐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의관(衣冠)이라는 단어는 옷과 모자를 우선 가리키지만, 문화적 함의로는 문물(文物)과 지식(知識)이나 제도(制度)까지 포함한다. 옷과 모자를 제대로 차려입거나 쓰는 사람이 지닌 사회적 역량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옷과 함께 모자는 사람의 지위를 상징한다. 중국인은 특히 위정자가 쓰는 관모(官帽)를 매우 중시했다. ‘과거 급제 명단에 이름 올릴 때(金榜題名時)’를 인생 사대(四大) 기쁨 중 하나로 꼽았으니 말이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모 명칭은 오사모(烏紗帽)다. 까만 깁으로 만든 모자다. 중국인들은 이를 행복과 부귀(富貴)를 모두 가져다주는 보물 정도로 중시했다. 모든 것의 핵심을 정부의 기능과 권한에 두는 관본(官本)의 뚜렷한 흐름이다. 현대 중국에도 간부(幹部)가 많다. 국가주석, 총리를 비롯한 최고위층에서 지방의 현(), 진()까지 중국은 '간부 천국'이다. 일당전제(一黨專制)의 틀에서 간부는 견제받지 않는 권한으로 부귀와 영화를 죄다 누릴 수 있는 까닭이다.

2009년 공산당이 살짝 발표한 소수민족 출신 간부 비율로 역산해 보면 중국의 전체 간부는 4000만명 정도라고 한다. 간부급에 들지 않는 하위직, 정부 지원을 받는 이·퇴직 주요 간부까지 포함하면 공무원은 9000만명 수준이란다. ‘간부’는 테나 틀을 일컫던 프랑스어 카드르(cadre)를 일본이 처음 한자로 옮긴 말이다. 조직의 줄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나 사람을 일컬으니 마땅한 번역이다. 그러나 이곳이 썩거나 곪으면 큰일이다. 지나치게 방대하며 부패와 비리 사고가 빈발하는 중국 간부 사회는 그래서 늘 큰 화제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2/20200402043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