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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4] 커튼으로 가린 중국인 생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09. 21:30
업데이트 2020.04.09. 23:22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커튼은 막()이다. 좌우로 여닫는 그것은 유()다. 옛 중국의 구별이다. 담으로 집, 나아가 국가 경계까지 두르는 중국의 ‘담장 문화’에서 이런 커튼은 최종으로 자신을 가리는 장치다. 상하(上下), 좌우(左右)로 여닫는 구별 없이 중국 커튼의 대명사는 그래도 ‘막’이 우선이다.

입막지빈(入幕之賓)이라는 성어가 있다. 커튼 안쪽으로 들이는 손님이라는 풀이다. 속뜻은 가장 내밀한 사람, 그래서 기밀(機密)까지 공유하는 인물을 일컫는다. 보통은 책사(策士)를 가리킨다. 생사존망(生死存亡)에 부귀영달(富貴榮達)을 함께 논의하는 사이라서 가장 깊숙이 쳐놓은 커튼 뒤로 들일 수 있는 존재다. 예로부터 중국은 그런 책사와 모사(謀士), 나아가 그들이 구성하고 집행하는 책략과 모략을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다.

막료(幕僚)는 그의 별칭이다. 막우(幕友), 막빈(幕賓) 등도 같다. 입말로는 사야(師爺)를 많이 쓴다. 동쪽에 선 주인이 서쪽으로 맞이하는 귀한 손님이라는 뜻에서 '스승'의 새김도 지닌 서석(西席)으로도 칭한다. 이들의 기능을 총칭하는 말은 막도(幕道)다. 참모로서 지녀야 하는 실력과 품격 등을 적었다. 학문의 반열에 올리면 막학(幕學)이다. 막무(幕務), 막사(幕事)로도 부른다. 요즘 말로 옮기자면 비서학(祕書學)이자 참모학(參謀學)이다.

중국에서 번진 코로나19로 중국은 이제 안정세, 미국과 유럽은 거꾸로 확산세다. 이를 기화로 중국의 대외 선전이 부쩍 활발해졌다. 전염병 발생국에서 세계의 구원자로 이미지 탈바꿈 중이다. 모략의 깊은 전통이 그 동력일 듯하다. 그러나 커튼 안쪽의 공교(工巧)한 책략도 마음 바탕이 옳지 않으면 그냥 잔꾀에 불과하다. 전염병 발생과 은닉의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중국이 진정으로 남을 위해 이바지할 마음이 있는 것인지 병세가 꺾인 뒤의 세계인들은 심각하게 지켜볼 듯하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9/20200409043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