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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6] 복잡한 싸움법의 한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24. 03:13

건괵(巾幗)이라는 낯선 단어가 있다. 본래는 중국 선진(先秦) 때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모자 등 머리에 쓰는 수식(首飾)이었다. 그러나 한() 이후에는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모자와 장식을 지칭했다.

유비(劉備)가 죽자 제갈량(諸葛亮)은 여러 차례 북벌(北伐)에 나섰다. 그를 맞이하는 위()나라의 최고 지휘관은 사마의(司馬懿). 그러나 사마의는 후방 보급이 문제였던 제갈량의 도전을 아예 무시하며 싸움에 나서지 않았다. 그를 싸움터에 끌어들이기 위해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보낸 물건이 '건괵'이다. 이 단어의 용례는 우리에게 흔치 않으나 중국에서는 퍽 많다. 특히 스포츠 등 특정 분야에서 큰 업적을 쌓은 '여장부'에게 곧잘 붙이는 단어다.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건괵을 보낸 이유는 자명하다. '도전을 피하지 말고 어서 나와 싸움 한번 붙어보자'는 뜻이다. 상대 장수를 싸움에 끌어들이는 방법, 이른바 격장(激將)이라는 모략(謀略)의 하나다. 상대를 말이나 행위로 자극해 싸움판에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이에 휘말리면 제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워 상대가 유도하는 대로 끌려 들어가 패전을 맞이하기 십상이다. 코로나19가 세계로 번진 뒤의 형국이 이와 유사하다.

중국이 발병의 책임을 미국에 미루자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흥분하며 ‘격장’의 책략에 말렸다.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만해협에 군사력을 전개하고, 값이 폭락한 석유를 매집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대거 사들인 마스크를 이제는 거꾸로 해외에 선물하며 세계의 구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모략이라는 전통으로 복잡한 싸움법을 구사하는 중국의 특기다. 문제는 중국의 바이러스 발병과 확산의 책임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동서남북 모두에 적을 만든 형국, ‘사면수적(四面樹敵)’의 덫은 향후 중국의 행보에 아주 큰 부담이다.

유비

 

제갈량

 

사마의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3/20200423043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