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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5] 몸집만 큰 ‘아기’들의 나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16. 21:45 업데이트 2020.04.16. 23:13

중국의 면적은 960만㎢다. 유럽연합에 시베리아를 뺀 러시아 일부를 합쳐야 가능한 크기다. 그러니 대국(大國)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크기의 중국을 형용하는 말은 앙앙(泱泱)이다. 아주 넓은 땅을 뜻한다. 그래서 자부심 또한 유명했다. ‘세상 중심에 내가 있다’는 나라 이름 중국(中國), 땅의 왕조를 하늘에서 내려온 천조(天朝)로 자칭한 경우가 다 그렇다. 다스리는 구역은 천하(天下)라고 했다.

그 땅 사람들도 크고 멋졌을까. 최근 2~3년 중국 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던 단어 하나는 거영(巨嬰)이다. 몸은 자랐으나 마음은 영글지 못한 아기를 일컫는다. 2017년 금서(禁書)에 오른 '거영국(巨嬰國)'은 중국인의 심리 상태를 "돌봐주는 이가 필요하며, 스스로 황제의 꿈에 사로잡혀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는다"고 했다. 아울러 심각한 조증(躁症), 안정에 관한 지독한 집착, 집체주의(集體主義)를 향한 광신(狂信)을 보이다 사회적 병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결론은 "중국인의 집단 심리 연령은 1세 이하, 입으로만 만족감을 느끼는 구강기(口腔期) 단계에 머물러 있다"이다. 14억 중국 인구에게는 모욕에 가깝다. 책이 금서에 오른 이유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서양을 무조건 증오하며 외국 선교사와 가족들을 살해했던 청말(淸末) 의화단(義和團), 붉은 이념의 광기에 휩싸였던 문화대혁명의 홍위병(紅衛兵)이 우선 떠오른다. 또 경제적으로 커지자 배타적 애국심과 지나친 자국 중심주의에 기우는 요즘 중국인의 모습도 겹친다. 매우 억압적인 고금(古今)의 중국 정치체제가 키운 기형적 민간 심리다. 그래도 중국 공산당은 지금 상태를 자부한다. 서방의 정치가 선동가와 군중심리에 휘둘려 큰 함정에 빠져들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민주(民主)일 뿐 속내는 포퓰리즘으로 기우는 최근의 서방 정치체제를 ‘거영’의 나라가 비웃는 형국이다.

거영국(巨嬰國)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6/20200416042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