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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배달·웹툰 시장 줄고, 공연 매출·감기 늘었다

‘엔데믹 1년’ 2023년 결산
권순완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4.02.14. 03:41 업데이트 2024.02.14. 09:52

그래픽=이철원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8일,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103만8000원을 찍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면 접촉을 기피하면서 비대면 모바일 게임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하지만 13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20만500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 특수가 꺼지고 엔데믹(풍토병화)이 뚜렷해지자 주가가 3년 만에 5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매출은 1년 전보다 31%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5% 감소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엔씨소프트는 최근 사모펀드 업계 출신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가 금융인 출신을 대표로 선임한 것은 엔데믹 이후 고전하고 있는 게임 업계 지각변동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나 배달, 웹툰 등 ‘비대면 산업’은 울상인 반면, 사무용 가구나 공연 등 ‘대면 업종’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배달 거래액, 사상 첫 감소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32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14억원 줄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첫 감소다. 배달 음식 거래액은 코로나 사태 2년간 거의 3배로 뛸 만큼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증가 폭이 줄다가 작년엔 아예 감소한 것이다. 요식 업계에선 “코로나가 풀린 상황에서 괜히 비싼 배달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시기 집에 틀어박혀 웹툰을 즐겨 보던 ‘웹툰족’은 감소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주 1회 이상’ 웹툰을 본 이용자들의 비율은 62.8%로, 1년 전보다 6.2%포인트 줄었다. ‘즐겨 보는 웹툰 작품이 있다’는 응답률도 2년 전에 비해 4.7%포인트 줄어든 63.9%에 그쳤다.


반면 엔데믹을 맞아 항공·여행·공연 업계는 ‘코로나 이전’ 상태를 회복하거나 넘어섰다. 올해 설 명절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 수는 일 평균 19만5384명으로 추산됐다. 작년보다 53%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20만2085명)의 97%까지 회복했다. 작년 뮤지컬과 콘서트 등 대면 공연 매출은 역대 최대치인 1조2697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의 3배로 급증한 것이다. 사람들의 외출이 잦아지면서 백화점이나 휴게소 등에 있는 푸드코트 사업도 호황이다. CJ프레시웨이의 단체 급식(푸드코트 포함) 매출액은 작년 7261억원으로 2년 만에 59% 늘었다.

◇감기 환자는 급증… ”방역 느슨, 자연 면역 약화”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사무용 가구와 제품의 매출도 늘었다. 사무용 가구 업체 퍼시스는 작년 영업이익 35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최대치다. 매장용 공기청정기도 인기다. 청호나이스는 작년 1∼7월 주요 공기청정기 제품들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때 철저한 방역으로 급감했던 감기 환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24~30일(52주 차) 독감 의심 환자 수는 외래 환자 1000명당 49.9명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20년 같은 기간에 관측된 1000명당 2.5명보다 무려 20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시기에 개인 방역 수준이 느슨해졌고, 코로나 기간 동안 독감 환자 수가 적어 자연적 면역이 약화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02/14/SUYB3BC7LVEANO7DW2OO5SHL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