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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AI 승자가 추천한 의외의 미래 전공

[만물상]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2.14. 20:35 업데이트 2024.02.15. 01:18

일러스트=이철원


최근 미국 증시의 강세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엔비디아다. 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라 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4위가 됐다. 곧 3위 알파벳(구글 모회사)도 추월할 기세다. 그렇게 되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글로벌 빅3 기업’이 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야말로 AI시대 최고 승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나는 항상 30일 뒤 망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해왔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의 말이다. 그는 친구 둘과 1993년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 기업을 세웠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교육열 덕에 9세 때 형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온갖 실패를 겪었지만 컴퓨터와 AI 시대를 한발 앞서가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 10여 년 전부터 딥러닝 시장을 보고 딥러닝용 GPU를 개발해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됐다.

▶지난해 국립대만대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젠슨 황은 “걷지 말고 뛰어라. 여러분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뛰거나 아니면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모든 산업을 AI가 혁신할 것이며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에 머뭇댈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 열렬한 ‘AI 전도사’가 최근 한 공개행사에서 “지난 10~15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했을 텐데 내 의견은 정반대”라고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생물학, 그중에서도 인간 생물학을 택할 것이라고 한다. AI 혁명으로 기술 격차가 완전히 해소돼 세상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이제는 AI를 활용해 혁신을 앞당길 수 있는 분야에 뛰어들라는 조언이다. 그 대표 분야로 꼽은 것이 바이오다. 실제로 인간 질병 극복을 위한 전진은 길고도 더뎌 신약 개발만 해도 10~15년이 족히 걸리고 90%가 실패한다. 단백질 구조 예측만 해도 지난 50여 년간의 난제였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젠슨 황은 이미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었다.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구축하고 대형 제약사 암젠과 손잡고 아이슬란드에 수퍼 컴퓨터를 구축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메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들도 AI 기반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AI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가 어디까지일지 아직은 가늠이 안 되지만 세상은 놀랍고도 무섭게 바뀌고 있다.

젠슨 황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2/14/25FEMO6LP5FJZEBR7FTTAND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