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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끼어들기 후 급제동 3회, 2심서 무죄로 뒤집힌 이유

法 “공포심 일으킬만하지 않아… 22년간 교통법규 위반 없어”
방극렬 기자
입력 2024.02.25. 16:26 업데이트 2024.02.25. 20:18

일러스트=이철원


동부간선도로에서 여러 차례 급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운전자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차량 간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자가 과속 단속을 피하고자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가해 운전자가 22년간 교통법규를 한 번도 위반한 적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이태우)는 지난 6일 급제동 보복 운전을 했다는 혐의(특수협박)로 기소된 운전업 종사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21년 6월 4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 25분 서울 광진구 동부간선도로에서 벌어졌다. A씨는 한양대에서 영동대교 방향으로 운행하면서 3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려 했다. 그런데 1차로에서 운전 중인 B씨가 먼저 2차로로 차선을 변경했고, A씨가 끼어들려 하자 경적을 울렸다. 이에 A씨는 속도를 내 B씨 앞으로 끼어든 뒤 급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차로를 바꿔가면서 B씨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등 총 세 차례의 급제동을 했다.

검찰은 A씨가 진로를 양보하지 않은 B씨에게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는데, 법원은 이 사건을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심리 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최초 차선 변경 시) A씨는 B씨가 자신보다 먼저 2차로에 진입한 것에 대해 욕설로 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며 “앞 차와의 간격도 충분하고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는데 불필요한 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앞지르기 후 세 차례 걸쳐 급제동을 한 행위가 공포심을 일으킬만한 보복 운전이라는 점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앞지르기 후 저지른 첫 번째 급제동에 대해 “두 차량의 속도가 모두 빠르지 않고 부딪힐 정도로 근접하지 않았다”면서 “A씨가 끼어들면서 약간의 시비가 있던 상황에서 (차량을) 제동함으로써 B씨가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다 하더라도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것이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2심은 이후 이어진 2‧3차 급제동도 보복 운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2, 3차 제동할 때는 과속 단속 구간이나 제한 속도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급제동한 사실이 없다”며 “A씨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또 “A씨는 1999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래 이 사건 전까지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무죄 판결의 이유로 판시했다.

검찰은 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4/02/25/ID36VLTHBVDZ3MQCOQ3US4CJ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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