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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가짜 뉴스 골드러시’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3.03. 20:27 업데이트 2024.03.04. 00:19

일러스트=이철원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짜 뉴스로도 매스컴을 자주 탄다. 지난해 9월 축구 경기 참여차 이란을 방문했을 때, “호날두가 이란 여성 팬 머리에 입맞춤한 탓에 99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떴다. 가짜 뉴스였다. 여성 장애인 화가를 만나 격려한 장면이 그렇게 둔갑했다. 비슷한 시기 모로코 지진 땐 “호날두가 모로코 마라케시의 자기 소유 최고급 호텔을 이재민을 위해 개방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역시 가짜였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가짜 뉴스의 제물이 되는 것은 조회수를 올려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좋기 때문이다. “송가인 임신, 충격”, “82세 박근형 투병 숨기고 촬영 강행하다 끝내 안타까운 일생” 등 명예훼손성 가짜 뉴스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목적은 돈이다. 10분 분량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고 200만 뷰를 얻으면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다. 가짜 뉴스 비즈니스를 미국에선 ‘모욕 산업’이라고 부른다.

▶‘가짜 국뽕 콘텐츠’도 단골 메뉴다. ‘한국어가 유엔(UN) 공식 언어로 채택됐다”, “삼성, 파산 직전 애플 인수”, “손흥민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 해리 케인” 같은 뉴스들이다. 심지어 전쟁 소식도 먹잇감이 된다. 요즘 유튜브에선 우크라이나 군인이 로켓포로 러시아 헬기나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장면, 이스라엘 군인이 하마스 장군을 체포하는 가짜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해법을 고민해야 할 정치권마저 가짜 뉴스의 상업 논리에 포획돼 있다. 2022년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한 유튜브 매체가 ‘윤석열·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퍼트려 재미를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제가 된 덕에 김 의원은 후원금 한도 1억5000만원을 쉽게 채웠다. 해당 유튜브 매체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 아파트에 잠입해 노크하는 장면까지 찍어 후원금인 ‘슈퍼챗’을 쓸어 담았다.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주먹을 휘두른 이강인 선수가 가짜 뉴스 먹잇감이 됐다. ‘파리 생제르맹(PSG) 방출 임박’, ‘이강인 가족회사 공중분해 위기’ 등 이강인 관련 가짜 뉴스가 361개나 만들어졌다. 조회수가 6940만 회에 달해 가짜 뉴스 제작자들이 7억원대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몇 초 만에 진짜 같은 동영상을 뚝딱 만들어 주는 소라(SORA)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튜브에서 ‘챗GPT 골드러시’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사기꾼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까 걱정스럽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3/03/33B6CREWRZBWHJSTC74XQWE2B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