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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7] 입 닫고 살아야 편한 사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4.03.22. 03:00 업데이트 2024.03.22. 05:31

일러스트=이철원


침묵이 소중하다는 점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인정한다. 그러나 그 각성을 넘어 ‘말을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는 강박감은 중국이 별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 우선 입 가벼운 사람에게 쓰는 말이 심상찮다. 요설(饒舌)이 대표적이다. 꺼리지 않고 마구 내뱉는 말이다. 교묘하게 꾸미는 말은 교설(巧舌)이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그런 말을 교언(巧言)이라고 적어 공자(孔子)가 일찌감치 배척했다. 말수가 적어 바람직한 인간상은 침묵과언(沈默寡言)으로 적는다.

한 번 내뱉은 말이 부르는 위기에 중국인들은 퍽 민감하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 속도로도 입을 빠져나간 말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뜻의 사불급설(駟不及舌)이 있다. 엎지른 물처럼 돌이키기 어려워 복수난수(覆水難收)라고 하는 경우다.

중국인이 잘 쌓는 담벼락도 경계의 대상이다. 뱉은 말이 샐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 경우는 “담엔 틈이 있고, 벽엔 귀가 있다(牆有縫, 壁有耳)”고 말한다. 아예 “담 너머에는 귀가 있다(隔牆有耳)”고 줄여서도 적는다.

201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의 필명이 마침 “말하지 말자”라는 뜻의 모옌(莫言)이다. 나무와 풀을 상대로 중얼거리며 말을 익히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말을 많이 하자 “말수 줄여야 한다”는 모친의 충고를 듣고 지은 필명이라고 한다.

요즘 이 세계적인 작가가 다시 필화(筆禍)에 시달린다는 소식이다. 공산당의 강요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을 찬양하는 발언으로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열혈 국가주의에 젖은 사람에게 고소를 당했다. “애국선열을 깔봤다”는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황제(皇帝) 권력의 살벌한 문자옥(文字獄)으로 매우 오래 주눅이 들었던 중국 지식인들이다. 요즘도 필화와 설화(舌禍)에 시달리니 중국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기는 여전히 힘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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