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논설위원·콘텐츠전략팀 차장
입력 2025.02.03. 20:44
인터넷 여명기인 1990년대 초반 넷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전장을 냈지만 처음엔 상대가 안 됐다. MS는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파는 마케팅 전략을 동원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갔다. 궁지에 몰린 넷스케이프는 1998년 프로그램 설계도인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더 많은 개발자가 기능 개선에 참여하는 집단 지성을 기대한 것이다. 넷스케이프는 이를 ‘오픈 소스’ 방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픈 소스는 MS가 대표하는 상업용 폐쇄 체제와 함께 IT(정보 기술) 역사의 양대 축을 차지해 왔다.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대표적 오픈 소스다. 오픈 소스로 공개된 개발 코드는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의 손에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빅테크는 다수 제품을 오픈 소스로 개방한다. 소프트웨어를 힘들게 만들었지만 이를 공개해 생태계를 키우고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가 아니라, 함께 발전하며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상생 정신이 깔려 있다.
▶저비용·초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도 오픈 소스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은 통제와 폐쇄 체제의 대명사인데, 그런 나라의 스타트업이 기술을 처음부터 공개한 것이 이례적이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은 인터뷰에서 “우리의 출발점은 기회를 틈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술의 최전선에 서서 전체 생태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술 자신감이 읽힌다.
▶테크 업계에선 딥시크가 오픈AI·구글 등이 지배하는 AI 독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려 오픈 소스 전략을 택했다고 본다. 미국 AI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을 발전시켜 중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중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 등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AI 식민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딥시크 오픈 소스 전략의 성패는 결국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좌우할 공산이 크다. 오픈 소스의 최대 가치는 개방과 투명성인데, 중국산 제품은 본질적 약점을 안고 있다. 공산당 정부가 자국산 로봇·가전제품 등을 통해 세계인의 개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딥시크가 내놓는 답변에 중국 공산당 세계관이 담겨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런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면 딥시크 태풍은 중국이라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2/03/2MTQYCRX7FHOTNGXU37C3FEA3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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